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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신광영]‘음주운전 3회 적발땐 車 몰수’ 엄포용 대책으론 실효 못거둬

입력 | 2012-07-16 03:00:00


신광영 사회부 기자

지난달 11일 새벽 인천공항고속도로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휴일 야근을 마친 40대 가장이 일터까지 마중 나온 부인과 12세 8세 딸을 태우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뒤차에 받힌 피해차량은 가드레일과 충돌해 순식간에 전소됐다. 가해 운전자는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 알코올농도 0.101%의 만취 상태에서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다 앞차를 들이받았다.

지난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25만8000여 건에 이른다. 세 번 넘게 걸린 사람은 서울에서만도 지난해 952명이나 된다. 음주운전자 특별사면이 최근 15년간 6차례나 단행될 만큼 음주운전이란 ‘반사회적 선택’에 관대한 사회가 낳은 현주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음주운전으로 세 번 적발되면 차를 빼앗아 국고에 환수한다는 강경책을 들고 나왔다.

▶본보 13일자 A15면 음주운전 3번 걸리면 車 뺏는다

음주운전으로 매년 700∼800명이 숨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환영할 만하다. 수백 명의 목숨을 좌우할 중요한 정책인데 내용은 허점투성이라는 게 문제다.

우선 상습 음주운전이란 똑같은 죄를 짓고도 처벌이 제각각이다. 100만 원짜리 중고차 운전자와 1억 원짜리 외제차 운전자는 몰수되는 재산 가치에 100배 차이가 난다. 또 렌트나 리스 차량 등 타인 명의 차는 몰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술에 취해 남의 차를 운전한 죄가 더 가벼울 리 없는데도 말이다. 서울에서 적발되면 꼼짝없이 차량 몰수지만 다른 지역에선 예외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형평성 지적에 대해 “상습 음주운전을 강력 처벌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데 목표가 있다”며 “비싼 차를 모는 운전자는 그만큼 형편이 넉넉하다고 볼 수 있어 가난한 운전자보다 경제적 불이익을 많이 줘도 문제가 안 된다”는 안이한 반응을 보였다.

음주운전처럼 뿌리 깊은 범죄는 정교한 정책이 아니면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 차량 몰수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없는 경찰의 ‘엄포성’ 방침은 법망을 피해온 음주운전자의 비웃음만 살뿐이다.

몰수 차량을 국가가 처분한 뒤 행정비용을 뺀 매각대금을 차 주인에게 돌려주고 그 운전자가 다시는 차를 갖거나 빌릴 수 없게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빌린 차량도 몰수하고 운전자가 차 주인에게 보상하도록 할 수도 있다. 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풀기 위해선 제도 보완 후 전국적으로 시행하면 될 것이다. 아무리 과격한 경고도 현실성이 떨어지면 아무도 겁먹지 않는다. 악덕 운전자들이 두려워하는 건 한 번 시작하면 멈추지 않을 각오로 대책에 빈틈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신광영 사회부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