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사회부 기자
지난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25만8000여 건에 이른다. 세 번 넘게 걸린 사람은 서울에서만도 지난해 952명이나 된다. 음주운전자 특별사면이 최근 15년간 6차례나 단행될 만큼 음주운전이란 ‘반사회적 선택’에 관대한 사회가 낳은 현주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음주운전으로 세 번 적발되면 차를 빼앗아 국고에 환수한다는 강경책을 들고 나왔다.
음주운전으로 매년 700∼800명이 숨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환영할 만하다. 수백 명의 목숨을 좌우할 중요한 정책인데 내용은 허점투성이라는 게 문제다.
우선 상습 음주운전이란 똑같은 죄를 짓고도 처벌이 제각각이다. 100만 원짜리 중고차 운전자와 1억 원짜리 외제차 운전자는 몰수되는 재산 가치에 100배 차이가 난다. 또 렌트나 리스 차량 등 타인 명의 차는 몰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술에 취해 남의 차를 운전한 죄가 더 가벼울 리 없는데도 말이다. 서울에서 적발되면 꼼짝없이 차량 몰수지만 다른 지역에선 예외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형평성 지적에 대해 “상습 음주운전을 강력 처벌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데 목표가 있다”며 “비싼 차를 모는 운전자는 그만큼 형편이 넉넉하다고 볼 수 있어 가난한 운전자보다 경제적 불이익을 많이 줘도 문제가 안 된다”는 안이한 반응을 보였다.
음주운전처럼 뿌리 깊은 범죄는 정교한 정책이 아니면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 차량 몰수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없는 경찰의 ‘엄포성’ 방침은 법망을 피해온 음주운전자의 비웃음만 살뿐이다.
신광영 사회부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