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인줄 알았는데… 5억 빚내 9억에 산 집 7억에도 안팔려
하지만 이 씨는 분양대금 9억1900만 원 중 은행 대출 5억 원과 친지로부터 빌린 2억여 원 등으로 중도금까지는 냈지만 잔금 1억9000만 원을 내지 못했다. 살고 있던 인천 송도 아파트는 값이 너무 떨어져 처분한다고 해도 대출을 갚고 나면 1억 원 정도만 남아 잔금을 맞출 수 없게 돼버렸다. 이 씨의 아파트는 지금 시행사 소유로 돼 있고 한 달에 300만 원 넘는 이자는 마이너스 통장과 카드론으로 돌려 막고 있다.
이 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을 덮치기 직전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한 하우스푸어의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이 씨와 같은 시점에 거액을 빌려 아파트를 장만한 이들이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가 당첨된 D아파트는 2009년 10월 입주해 2년 9개월이 지났지만 860채 중 26채가 미분양이다. 이 씨처럼 분양금을 내지 못해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은 아파트까지 합치면 주인을 찾지 못한 아파트가 100채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파트의 ‘대표 크기’인 158m² 3개 동 124채 중 17채가 시행사 소유였다.
그나마 분양금을 완납한 소유주들도 대부분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다. 158m²형 30채로 이뤄진 206동에서 시행사가 소유한 3채를 제외한 27채의 주택담보대출 합계액이 118억5000만 원에 이른다. 평균 주택담보대출 액수는 4억3800만 원에 이르고 이 액수가 5억 원 이상인 집도 13채나 된다. 같은 면적인 205동에서는 26채가 64억 원을, 214동은 54채가 151억 원을 각각 주택담보대출로 빌렸다.
또 D아파트 107채 중 소유주가 직접 거주하는 가구는 31채(29.0%)로 국내 전체 아파트의 자가 거주비율인 63.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소유자가 사는 31채 중 빚이 없는 가구는 8채(7.4%)에 불과했다.
대출이자 부담도 아주 크다.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5%, 2금융권 금리를 연 10%로 가정했을 때 D아파트 107채 중 이자로 내는 돈이 연간 2000만 원 이상인 집이 43채에 이른다. 시공사인 H건설 관계자는 “분양 당시 집단대출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선인 5억 원까지 받은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 “대출 생각만 하면 잠이 안 와”
엄청난 대출금을 안고 살아가는 이유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거래가 끊겨 ‘출구’가 막혔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860채 중 총 180채인 158m²형은 올해는 거래 건수가 제로였고 지난해 1건, 2010년 1건 등 모두 2건이 총 거래 건수였다.
이 아파트 상가에 입주한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가 원래 주변시세보다 10% 정도 높았지만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며 “분양가보다 1억 원 정도 싸게 매물로 내놓아도 주변의 같은 크기 아파트보다 1억 원 이상 비싸기 때문에 사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카드론과 마이너스 통장 등으로 이자를 내고 있는 소유주 중에는 급기야 한계 상황에 이른 이들이 나오고 있다. 5억 원을 연 4.25% 금리로 쓰고 있다는 한 주민은 “입주 이후 낸 대출이자만 월 177만 원씩 총 5000만 원이 넘는다”며 “마이너스 통장도 한도가 차서 이자를 몇 달이나 더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사가는 사람이 없어 꼼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아파트 때문에 고통을 겪는 건 소유자들만이 아니다. 시공사인 H건설은 시행사로부터 공사대금의 일부만 받은 상태다. 아파트 시행사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했던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 영업정지됐다.
:: 하우스푸어(House Poor) ::
큰 금액의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했다가 원리금을 갚느라 생계가 힘든 이들을 말한다. 본인 소유 주택 외에는 자산이 거의 없어 집값이 오르지 않는 한 원리금 상환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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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영 기자 legma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서형석 인턴기자 건국대 경제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