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들어 드라마 3편… 8월 SBS ‘신의’ 방영
드라마 ‘신의’의 주인공인 고려무사 최영(이민호)이 현대로 날아와 고려로 데려갈 의사를 찾기 위해 CCTV 앞에서 경비원과 대치하고 있다.
‘신의’에 앞서 올 상반기에만 3편의 타임슬립 사극이 방영됐다. MBC 주말극 ‘닥터 진’에서는 21세기 의사 진혁(송승헌)이 1860년대 조선으로 거슬러 올라가 의술을 펼친다. 5월 말 종영한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도 조선의 왕세자 이각(박유천)이 300년 후 서울로 이동한다는 내용을 그렸다. 지난달 방영된 tvN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역시 시간여행을 하게 된 조선 선비 김붕도(지현우)의 이야기다.
올해 초까지도 제작사들 사이에서 타임슬립 사극은 ‘금기’로 통했다. 2000년대 들어 선보인 이 형식의 사극은 성유리를 부여 공주로 내세운 SBS의 ‘천년지애’(2003년) 한 편뿐이었다. 김광민 MBC 드라마운영부장은 “시간을 오가다 보면 드라마 흐름이 끊어지고 현실성이 떨어지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해 시청률에도 지장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극에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가 등장할 수 없다. MBC에 따르면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현대극 ‘더킹 투하츠’는 PPL로 4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반면, 비슷한 제작비가 들어간 ‘해를 품은 달’은 단 한 건의 PPL도 끌어들일 수 없어 제작진은 속앓이를 해야 했다. 고정 시청자가 많은 사극을 주기적으로 편성하는 방송사들로서는 큰 고민인 셈. MBC 관계자는 “최근 MBC 사원면접에서 지원자들에게 ‘해를 품은 달에 카페베네를 PPL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반면 타임슬립 사극은 현대로 이동한 장면에서 얼마든지 PPL이 가능하다. 박문철 SBS플러스 차장은 “‘옥탑방 왕세자’에서는 커피, 홈쇼핑, 휴대전화 등이 PPL로 등장했다”고 전했다. ‘신의’도 각종 PPL 계약을 진행 중이다.
타임슬립 사극 유행의 또 다른 이유로는 소재의 한계가 꼽힌다. 1990년대까지 조선을 주로 다뤘던 사극은 2000년대 들어 왕건(2002년) 연개소문(2006년) 계백(2011년) 등 삼국시대까지 시대 배경을 확장했다. 여기에 ‘뿌리 깊은 나무’(2011년) 같은 팩션(Faction·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장르)과 ‘해를 품은 달’ 같은 허구 사극까지 등장하다 보니 소재가 고갈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영미 문화평론가는 “기존 사극 소재가 안 먹히다 보니 시공간을 넘나들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다양한 컴퓨터그래픽(CG) 구현이 용이해진 점도 타임슬립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는 이유로 꼽힌다. ‘닥터 진’ 전흥만 PD는 “시간여행하는 장면의 경우 와이어를 이용해 사람이 떨어지는 모습을 고속카메라로 찍은 후 CG를 입히는 방식으로 손쉽게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