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6일 월요일 흐림. 그것, 많이 내, 세상. 트랙 #18 들국화 ‘그것만이 내 세상’
휴먼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주말 두 번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들었다. 13일 밤 열린 들국화 재결합 서울 공연. ‘제발’ ‘사랑한 후에’ ‘매일 그대와’ 등 주옥같은 명곡들을 앞세운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이 노래였다. 오랜 수감과 투병 끝에 돌아온 전인권의 노래는 100%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강한 울림을 줬다. 1980년대 들국화 콘서트를 재현하듯 ‘2012 들국화’라는 흰색 고딕체 글씨만을 배경으로 한 무대 디자인과, 그 시절 신시사이저의 스트링과 투박한 드럼 소리 등 의도적으로 1980년대를 지향한 음향이 주는 감동도 컸다. 하얗게 샌 머리를 뒤로 묶고 검은 선글라스 밑으로 눈을 가린 초로의 전인권은 포효했고, 주찬권은 손목 스냅을 배제하고 팔심으로 드럼을 통타(痛打)했다. 매우 느린 16비트의 악곡은 영화 ‘불의 전차’의 주제곡처럼 순간 무대 위 모든 것을 슬로 모션으로 잡아 늘였다. 공교롭게 14일 경기 고양에서 열린 박정현 콘서트의 마지막 곡도 이 노래였다. 얼터너티브 록 스타일로 재편곡된 노래는 원곡만 한 감동을 주진 않았지만 박정현의 절창 덕에 묵직했다.
이 노래는 절-연결부-후렴-후렴 종결부로 넘어갈 때마다 보컬 음고(音高)가 단계적으로 비약하는 진행을 지녔다. 아이유의 ‘3단 고음’을 넘는 ‘4단 카타르시스’ 구조다. ‘그것만’ 파고들던 ‘내 세상’은 사회생활의 수면 아래로 어느새 사라졌다. 상식과 논리, 안정과 순응이라는 4단 천장을 뚫고 상승하는 ‘그것만이 내 세상’이, 꿈이라는 헬륨을 세류에 방생해버린 어른들에게 주는 울림은 남다르다. 꿈을 잃은 대가(‘그것’)를 과도하게 지불하(‘많이 내’)는 상황(‘세상’)이라고 느낀다면, 그대. 삶의 곡조로 노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