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선빈이 15일 대구 삼성전 4회 1루에서 안치홍의 2루타 때 홈까지 파고들며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삼성 포수 진갑용과 충돌했다(왼쪽 사진). 팀 동료인 최희섭이 진갑용과 부딪힌 뒤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누워있는 김선빈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주자들 선후배 문화 탓 몸으로 충돌 꺼려
진갑용 무릎 보호대에 부딪혀 코뼈 부상
포수도 최소한의 터치 공간은 열어줘야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기자 레너드 코페트는 야구의 바이블로 불리는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포수를 야수 중 가장 중요한 포지션으로 규정했다. 투수를 리드하고 야수들의 수비위치를 조절해주며, 타자와 수싸움을 벌여야 하는 포지션이자 상대방의 득점을 저지하기 위해 온 몸을 던져야 하는 위험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포수는 상대의 득점 직전, 축구의 골키퍼처럼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야구는 포수에게만 두꺼운 갑주(프로텍터)를 허용한다. 박경완(SK)이 국내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마스크를 쓰고 외야수의 송구를 받을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박경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포수는 정확한 포구를 위해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송구를 기다린다.
○한국프로야구의 특별한 선·후배 문화
객관적인 시각에서 홈을 지킨 진갑용의 블로킹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메이저리그에선 같은 상황에서 주자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기보다는 온 몸을 던져 포수와 충돌하는 편을 택하고,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플레이로 인정된다. 프로텍터를 갖추고 먼저 자리를 잡은 포수에게 주자는 충돌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아울러 포수는 주자가 홈플레이트를 찍을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는 열어줘야 한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는 포수에게 매우 관대하다. 특히 포수가 베테랑일 경우 주자는 망설인다.
○빈볼, 그리고 진갑용
7회말 삼성이 9-4로 앞선 가운데 타석에 들어선 진갑용에게 KIA 박지훈은 어깨로 향하는 공을 던졌다. 진갑용은 화를 내며 마운드로 뛰어가려 했다. 그 순간 삼성 세리자와 배터리코치와 KIA 이강철 투수코치가 곧장 뛰어나왔다. 모두 예상했던 ‘빈볼’ 상황이었기 때문에 코치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 코치는 “충분히 빈볼이 예상됐던 상황이다. 단, 진갑용은 어깨(허리보다 높은) 쪽으로 공이 꽂혀 어필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허벅지 혹은 엉덩이라면 타자도 수긍한다. 그러나 머리, 허리 위쪽이면 본능적으로 화가 난다”고 설명했다.
빈볼은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지만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부상 위험을 완벽하게 피할 수만 있다면 서로에게 불문율의 경계를 각인시키는 비공식적으로 가장 빠른 표현방법이기 때문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