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순의 뒤를 잇는 간판 센터였던 정선민(38·사진)은 4월 시즌 종료 후 은퇴를 발표했다. 그런 정선민이 최근 중국 진출을 선언해 3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다시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 시즌 전혀 녹슬지 않은 기량을 펼쳤던 정선민은 “정상에서 물러나겠다”며 신선한 화제를 뿌렸지만 미련만큼은 떨칠 수 없었다. 물론 연봉과 같은 현실적인 부분도 작용한 듯해 보인다.
거취를 둘러싼 정은순과 정선민의 동병상련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한국 여자 농구의 어두운 그림자다. 선수들은 은퇴 후 이렇다 할 직장을 얻기가 쉽지 않다. 남성 지도자를 선호하는 사회 통념에 따라 코치 자리는 하늘의 별따기다. 정은순은 “선수 때 운동만 하다 보니 관뒀을 때 당장 뭘 해야 하나 막막했다”고 털어놓았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농구의 은메달을 이끈 박찬숙도 여성 감독 후보로 번번이 거론됐지만 낙마를 거듭한 끝에 성차별 소송을 하기도 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