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은 그때의 군대가 아니다. 올해 국방 예산은 33조 원이다. 2000년의 약 2.3배다. 철모는 가볍고 방탄 성능이 뛰어난 첨단 소재로 바뀌었다. ‘여름에 덥고 겨울에는 춥다’던 군복은 위장 기능과 활동성이 좋은 첨단 전투복으로 교체되고 있다. “옛날 군대 생활을 할 때 배고파 총 들 힘도 없었다”는 노장층의 회고담은 ‘보릿고개’ 얘기만큼 생경하다. 올해 장병의 하루 1인당 급식단가는 6155원으로 올랐다. 1990년대 병장 ‘연봉’은 10만 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다달이 받는 월급만 10만8000원이다. 정치권은 4·11총선에서 “사병 월급을 두 배로 올리겠다” “최저 임금을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입대한 육군 훈련병 가운데 일부가 운동화를 지급받지 못해 일과 이후에도 군화를 신고 생활하고 있다. 운동화 단가가 올라 계획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재고가 부족해 벌어진 일이다. 무더운 날씨 속에 운동화 없이 생활하다 보니 무좀이나 습진 증세에 시달린다는 소식이다. 2007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군납 식품의 하자가 모두 333건 발생했다. 군대 급식에 압정 개구리 지네 등의 이물질이 섞여 나오는 일이나 성능이 떨어지는 불량 군수품은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박 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