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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로 끝날 일도…“학교폭력자치위 열어달라”

입력 | 2012-07-17 03:00:00

■ 일부 학교 부작용에 골머리… 한번 회부되면 학생부에 낙인
취소 대가로 합의금 요구도… 사전 중재 등 보완장치 시급




올 5월 경기 성남시 A초등학교에서 6학년 조모 군(12)과 나모 군(12)이 장난을 치다 싸움이 붙었다. 화가 난 나 군이 일방적으로 조 군을 때렸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조 군의 부모는 학교 측에 가해학생의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하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나 군 부모에게는 위원회 개최 요청을 철회해 줄 테니 합의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위원회가 열리면 위원회 개최 사실을 비롯해 각종 징계 사항 등이 5년 동안 학교생활기록부에 남는다는 점을 의식한 나 군 부모는 어쩔 수 없이 100만 원을 주고 위원회 개최를 막았다.

○ 합의금 요구 수단이 되기도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제도가 일부에서 악용되고 있다. 제도의 취지와 효과에 대해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일부 학부모가 아이들 사이에 벌어진 아주 경미한 다툼에 대해서도 위원회 개최를 요구하고, 심지어 ‘뒷돈’을 요구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경기 성남의 B초등학교에서는 의사가 “상처도 남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사안이라 진단서를 끊어 줄 수 없다”고 한 초등학생 간 싸움에 대해 피해 학생 부모가 위원회 개최 요구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합의금 1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가 남용되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끼리 화해를 하고, 교사가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위원회를 열지 않아도 되지만 교육과학기술부 권고에 따라 올해부터 어느 한쪽이라도 학부모가 개최를 요청할 경우 학교는 반드시 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1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싸움을 한 학생들끼리는 바로 화해가 이뤄졌는데도 학부모들의 감정싸움이 커져 위원회가 열렸다. ‘자식교육 잘 시키라’는 피해 학생 부모와 ‘사과를 했는데 왜 자꾸 문제 삼냐’는 가해 학생 부모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피해 학생 부모가 뒤늦게 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것이다.

○ 위원회 개최 요건 명확화 등 보완 필요

일선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위원회 개최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교사가 충분히 훈계를 하고 학생들이 서로 화해를 한 경우에도 학부모 요구가 있기만 하면 무조건 위원회를 열어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여기에다 검찰이 올 2월 학교폭력을 방관한 서울 S중학교 교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면서 위원회를 제대로 열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도 교사들은 부담으로 느낀다.

서울 마포구 D중학교 서모 교사(57)는 “경미한 사안이나 교사의 통제가 가능한 상황에도 무조건 위원회를 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 대표는 “중재가 가능한 사안의 경우에는 위원회 개최 전에 교사들이 중재해 사건을 해결하고 위원회 개최 요건을 명확히 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위원회가 긍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종기 인턴기자 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