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최측근 이영호, 권력투쟁 밀려 모든 직무 해임 北 “정치국서 조직문제 다뤄”… 권력 재편 시사 정부 “휴일 전격 조치-하루뒤 공개 매우 이례적”
북한 김정은 체제의 군부 최측근으로 불리던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전격 해임됐다. 군부 최고위 인사에 대해 갑작스럽게 이뤄진 사실상의 ‘철직(撤職)’ 조치는 북한 내 권력투쟁과 이에 따른 지도부 재편과 맞물린 것으로 보여 향후 북한 권력의 동향이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오전 “노동당 정치국 회의가 15일 진행돼 이영호를 신병관계로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또 통신은 “회의에서는 조직문제가 취급됐다”고 밝혀 이영호 해임에 그치지 않고 북한 권력조직 내부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이영호의 해임 사유를 ‘신병관계’라고 밝혔지만 이번 해임 결정에는 다른 배경이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영호는 불과 일주일 전인 8일 김일성 주석 18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당시 김정은 바로 옆에서 수행했고 건강에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나아가 김정은은 이영호 해임 조치를 통해 권력층 내부에 ‘누구라도 숙청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기강 잡기에 나설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16일 통일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이영호 해임 배경을 평범하게 김정은 체제 권력 개편의 하나로 보기에는 사안이 엄중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통상 북한에서 신병에 이상이 있으면 시간을 두고 (인사를) 하며 모든 직위에서 한꺼번에 해임하지는 않는다”며 “일요일에 정치국 회의를 열어 군부 최고위 인사를 경질하고 이튿날 새벽에 공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고 특이하고 전격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실제 병력을 움직이는 군령권자의 해임이라는 점에서 대북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북한군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