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에 버금갈 만한 소재를 꼽으라면 사회적 계층이 다른 남녀의 결혼이다. TV채널만 돌리면 사회 경제적 조건이 비슷하거나 나은 상대와 결혼을 시키려는 부모들과 이에 맞서 사랑을 지키기 위해 눈물 콧물을 빠뜨리는 ‘순정남녀’, 신분 상승을 노린 결혼을 위해 상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야심남녀’가 단골로 나온다. 시청률에 목숨 거는 드라마들이 비슷비슷한 소재를 되풀이해 등장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이들의 의식 속에는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의 욕망이 꿈틀거린다. 이에 맞서 자녀의 ‘끼리끼리 결혼’을 바라는 중상류층 부모 세대의 안정추구 심리도 뿌리가 깊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결혼 여부가 계층을 구분하는 잣대로 떠올랐다. 제대로 교육받고 잘사는 사람들은 결혼해 가정을 이룬 상태에서 자녀를 양육하지만 저학력의 저소득층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은 채로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결혼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자녀도 부모와 같은 과정을 대물림하면서 새로운 계급 격차가 고착화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출생하는 아이 10명 중 4명은 싱글 맘이나 결혼하지 않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