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교수 제공
제생당제약소의 하루나 광고(동아일보 1923년 1월 31일)는 ‘여자의 자랑은 색백(色白·흰 피부)하고 미인’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메이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여자로 생(生)하야 색흑(色黑·검은 피부)하면 여드름과 죽은깨(주근깨)로 보기 슬흐면(싫으면) 미인이라고는 칭(稱·말함)치 못할 불행한 인(人)이오 또 남자라도 결코 행복이라고는 칭(稱)치 못함니다 (…) 인도인이면 모르겟스나 (…) 석일(昔日·옛날)부터 색흑한 미인은 업다.” 검은 피부는 불행하다면서 요즘 말로 화이트닝 메이크업을 하라는 내용이다.
거울을 보며 메이크업하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중앙에 배치하고 나머지 부분을 보디카피로 채우면서 화장법을 상세히 설명하는 광고다. 검은 피부의 사례로 인도인을 들었는데 요즘 같은 글로벌시대에는 절대 쓰면 안 되는 카피다. 일제강점기에는 피부를 하얗게 만드는 이로지로(色白·いろじろ) 메이크업이 유행했는데, 일본 고유의 민중연극인 가부키(歌舞伎)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흰색을 덕지덕지 발라 도통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했다. 가부키 브러시라는 메이크업 도구가 지금도 쓰이고 있을 정도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