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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선시어외(先始於외)

입력 | 2012-07-19 03:00:00

<먼저 외부터 시작하라>先: 먼저 선 始: 비롯할 시 於: 어조사 어 외: 험할 외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말을 꺼낸 자부터 시작하라는 뜻으로, 인재를 어떻게 예우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이 초래된다는 의미다. 여기서 외(외)는 곽외(郭외)라는 자다. 전국책(戰國策)의 연책(燕策) 소왕(昭王) 편에서 나온 말이다.

연나라 소왕이 왕위에 오를 무렵, 연나라는 국내적으로는 내분이 일어나 혼란스러웠고, 국외적으로는 제(齊)나라에 영토의 많은 부분을 빼앗겨 국력이 쇠약해졌다. 소왕은 곤경에 처한 연나라를 일으키기 위해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하루는 곽외라는 자를 만나 잃은 영토를 회복할 만한 인재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곽외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옛날에 어떤 왕이 천리마를 구하려고 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얻지 못했습니다. 그때 어떤 이가 천리마를 구해올 수 있다고 나섰기 때문에 그에게 천금을 주고 그 일을 시켰습니다. 그 사람은 석 달 뒤 천리마가 있는 곳을 알아내고 비로소 달려갔지만 말은 그가 도착하기 며칠 전에 죽었습니다. 그 사람은 죽은 천리마의 뼈를 오백 금이나 주고 사왔습니다. 왕은 매우 화를 내며 ‘내가 원하는 것은 살아있는 천리마이지 죽은 말의 뼈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천리마라면 그 뼈도 거금으로 사니 이제 사람들은 살아 있는 천리마라면 비싼 값을 쳐줄 것으로 생각해 머지않아 반드시 천리마를 끌고 올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왕은 1년도 안 되어 천하의 명마를 세 필이나 얻었습니다. 그러니 전하께서 진정으로 어진 인재를 구하신다면 먼저 신(臣) 외부터 시작하십시오.”

곽외 자신이 중용되었다는 소문이 나면 인재가 몰려들 것이라는 말에 소왕은 곽외를 스승으로 대우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위(魏)나라 명장 악의(樂毅)를 비롯해 추연(鄒衍) 극신(劇辛) 등 인재들이 모여 들었다. 소왕은 악의를 상장군에 임명해 제나라를 쳐부수고 궁실의 종묘마저 불사르며 원수를 갚았다.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