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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대리모(代理母) 시장

입력 | 2012-07-19 03:00:00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을 불러온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정의와 윤리문제를 제기할 때 자주 드는 사례가 실제 ‘대리모(代理母)’ 사연이다. 미국 뉴저지 주에 사는 윌리엄 스턴 부부는 아내가 다발성경화증을 앓아 아기를 가질 수 없다. 부부는 불임센터에서 대리모를 소개받았다. 대리모는 윌리엄의 정자와 자신의 난자를 결합시킨 인공수정란을 자궁에 착상(着床)시켜 아기를 낳아주기로 했다. 스턴 부부는 돈을 지급했고 태어날 아기에게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그런데 막상 아기를 낳자 대리모는 모성(母性)에 끌려 아기를 데리고 야반도주했다. 유명한 ‘아기M’ 사건이다.

▷지금이라면 스턴 부부는 망설이지 않고 인도행을 택했을 것이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합법적 대리모 시장이다. 아이를 한둘 낳아본 인도 시골 여성들이 돈을 받고 불임부부에게 자궁을 빌려주고 때로는 난자도 제공한다. 이들은 임신 기간 훌륭한 시설과 깨끗한 환경에서 머물며 적절한 영양 공급 및 운동을 하면서 건강한 아기를 낳을 준비를 한다. 정기적으로 가족과 면회도 할 수 있고, 거액을 벌어들이니 가족들도 환영이다. 남편들 중에는 아내에게 대리모 일을 강요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미국에서는 하버드대 같은 명문대학의 건강한 여학생이 돈벌이를 위해 제공한 난자로 수정란을 만들어 인도 여인의 자궁에 심는 부유층 독신남도 늘어나고 있다. 하버드대 출신을 아내로 두긴 쉽지 않지만 이 방법을 쓰면 맞춤옷처럼 우수한 DNA만 빌려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유전과 후천적 훈육의 결합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모성의 보살핌 없이 DNA만 좋다고 좋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리모가 낳은 자식을 누구의 자식으로 인정하느냐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정자 제공자의 자식인가, 난자 제공자의 자식인가, 산모인가. 우리 민법은 출산 사실로 모자(母子)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므로 대리모가 낳은 아이의 친권은 대리모에게 있다. 국내 인터넷에도 이런 대리모 알선 사이트가 수십 개씩 떠 있지만 신뢰성이 떨어진다. 인도는 다르다. 인도 법률에 따르면 대리모가 낳은 아이는 출산을 의뢰한 사람의 자식이다. 이런 법률적 지원 덕에 인도의 대리모 산업은 연간 2조6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런 까닭에 인도 대리모 시장을 찾는 한국인도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