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교수 제공
미국 의학박사 어을빈(魚乙彬)의 광고(동아일보 1924년 2월 15일)는 헤드라인에 상품(上品)이라 쓰는 것도 모자라 보재약 만병수 금계랍 위에 각각 ‘미국 상상품(上上品)’이라고 했다. VIP로는 부족해 VVIP라고 쓰는 요즘 과잉 표현의 원조 격. 보재약(補材藥)은 ‘신체의 외부와 내부를 건강케 하는 이 세상에 제일 귀중한 강장제’이고, 만병수(萬病水)라는 ‘영약(靈藥)을 복용하고 수십만 인은 견효(見效·효과를 봄)’했으며, 금계랍(金鷄納)은 ‘미국으로부터 직수입하야 발매하는 세계(세상)에 보통 금계랍이 아니’라는 것.
어을빈의 본명은 찰스 휴스테츠 어빈(Charles H. Irvin)으로, 1893년 미국 북장로회 소속의 의료 선교사로 부산에 도착했다. 병원을 설립한 그는 ‘만병수’ 약을 개발해 떼돈을 벌었고 그사이 자기 병원의 간호사 양유식과 사랑에 빠졌다. 부인과 이혼한 그는 양유식과 재혼을 했고, 1911년 이후부터 선교사가 아닌 병원 개업의로 살았다. 몇 년 후 양유식은 폐결핵을 앓아 혼자서 요양을 떠났는데, 그때 그녀는 일본인 요시하시와 눈이 맞아 동거를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