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298쪽·1만2000원·마음의숲
소설가 김연수 씨. 마음의 숲 제공
이를테면 그가 커피숍에서 한 단상의 초입은 이렇다. ‘내가 사는 동네(경기 고양시 일산동구)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관찰한 바에 따르면, 2011년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 3500원을 중심으로 손님들의 연령대가 나눠진다….’ 그의 생각을 압축하자면, 3500원이 넘으면 40대 이상 남성들이 비싸다고 생각해 찾지 않는 반면 젊은 여성들이 자리를 메운다는 것. 은연중에 커피숍들은 높은 커피 값 외에도 가게 전체를 금연석으로 정하거나 클래식 음악을 틀어 중년 아저씨의 출입을 막고, ‘물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발견에 키득대던 김연수는 문득 자신도 마흔이 넘은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이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고 분연히 주창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할아버지, 리스본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던 백발 할머니까지 끌어들인 그는 “오래 산 사람과 덜 산 사람이 서로 뒤엉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외친다.
성장기 추억, 가벼운 여행담이나 문단 얘기가 대부분이지만 진지한 고민도 적지 않다. ‘장난꾸러기 작가’가 묵직해지는 모습이 살짝 아쉬울 수도 있겠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