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티나 로젠버그 지음·이종호 옮김/532쪽·2만2000원·알에이치코리아
남아공 청소년 에이즈 예방 캠페인 ‘러브라이프’가 성공한 비결은 또래압력에 있다. 성교육으로 겁을 주고 약도 주며 설교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음료수 스프라이트 광고 캠페인을 모델로 삼았다. 연예인의 가십거리, 음악, 패션, 스포츠 행사, 연애 정보 등 10대들의 관심사를 활용해 그들이 동참하고 싶어 하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 단체에서 소녀들은 또래 소녀들이 콘돔 없이 성관계를 맺자는 남자 친구를 왜, 어떻게 차 버렸는지 듣는다. 그리고 자기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변화의 이유를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삶을 살아 가는 새로운 방법에 동질감을 느꼈어요. 나도 삶을 바꾼 내 친구처럼 될 수 있어요.”
책의 원제는 ‘Join the Club’이다. 뉴욕타임스와 내셔널지오그래픽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또래압력을 이용한 사회적 치유책의 위력을 강조한다.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동기는 타인과의 결속감에 대한 염원”이라며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또래압력을 비틀어 보기를 권한다.
무함마드 유누스 총재의 그라민 은행도 또래압력의 좋은 본보기다. 돈도 부동산도 없는 방글라데시 극빈층에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의 평판을 담보로 돈을 빌려 준 것. 이런 연대 담보는 빈곤이라는 거대한 사회 문제에 ‘손잡고 나아가기’ 방식을 채택하면서 빛을 발했다.
저자는 한 사람의 의지로는 해결하기 힘든 사회 문제를 가장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풀어나가는 방법이 또래압력이라고 설명한다. 진짜 문제는 어둠의 수렁에 빠진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룰 수 없는 고립된 개인들의 사회라는 것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