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70엔(약 13만 원)을 내랍니다. 헉∼ 소리가 저절로 났습니다. 택시 한 번 탔을 뿐인데…. 김포∼제주 간 편도 항공료보다 비쌌습니다. 올 초 일본 오키나와에 국내 프로야구 전지훈련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LG 훈련 캠프까지 가는 버스는 몇 시간에 한 대꼴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습니다. 50분가량 달린 뒤 태어나 가장 비싼 택시 요금을 치러야 했습니다.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고 가방까지 친절하게 내려주던 택시 운전사의 밝은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몇 달 후 ‘신기록’이 깨졌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교통비가 비싸다는 영국 런던에서였습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런던 올림픽 취재차 21일 현지에 도착했습니다. 런던의 택시비가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올림픽 파크 내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대회 운영위원회 직원과 미팅 약속을 해뒀기에 서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취재팀이 가져온 짐도 한 꾸러미였지요.
런던의 명물 ‘블랙캡’은 넓고 쾌적했습니다. 운전사는 친절했고, 그 많은 짐을 싣고도 운전사를 포함해 5명의 인원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었습니다. 블랙캡은 씽씽 달렸습니다. 걱정했던 런던의 교통 체증도 생각보단 심하지 않았습니다. 기본요금도 2.40파운드(약 4300원)로 만만해 보였지요.
하지만 미터기는 왜 그리 빨리 올라가는 걸까요. 요금이 60파운드(약 10만7000원)를 넘길 무렵 “얼마나 더 가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반도 못 왔다”였지요. 결국 1시간 남짓에 택시비는 130파운드(약 23만2800원)가 나왔습니다. 잘만 하면 한국에서 일본도 다녀올 수 있는 국제선 항공권을 살 수 있는 돈입니다. 큰 부담 없이 택시를 탈 수 있는 한국이 벌써부터 그리워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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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