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선거 예측 전문가 헬무트 노퍼스 교수 방한 인터뷰
22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헬무트 노퍼스 미국 스토니브룩대 교수. 노퍼스 교수는 한국은 선거지형의 역동성으로 선거 결과 예측이 매우 힘든 나라라고 지적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헬무트 노퍼스 미국 스토니브룩대 교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가 올해 한국 대선의 판세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는 데 신중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대선 결과 예측 전문가에게도 역동적인 한국 정치의 흐름을 내다보는 일은 쉽지 않은 듯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초청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노퍼스 교수를 22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노퍼스 교수는 ‘프라이머리 모델’이라고 불리는 선거 예측의 틀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대선 결과를 예측, 분석해온 학자. 미국 대선의 풍향계라고 할 수 있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결과와 실제 대선 결과의 상관관계를 1912년부터 분석해 만든 그의 틀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당선된 1960년 대선을 빼고는 모두 맞아떨어졌다. 미국 영국 등 38개국의 사례 분석을 통해 선거가 있는 해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오르면 집권당의 득표율은 1.5%포인트 늘어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의 대선 전망에 대한 물음에 그는 “한국은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가 매우 힘든 나라”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5년 단임제여서 각종 정책에 대한 표심 분석을 할 수 있는 사이클이 짧다는 점, 양당제가 확립된 미국과 달리 다수정당제인 한국은 정치 지형의 역동성이 크다는 점 등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그는 “여당조차 이름을 바꾸는 것은 정당이 오래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잃는다는 점에서 끔찍한(terrible) 선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당보다 후보자 개인의 성격과 특징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적 분위기도 대선 전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노퍼스 교수는 “이런 경우 믿을 만한 유일한 지표는 사람들에게 누구를 찍을 것이냐고 직접 물어보는 여론조사뿐”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 같은 인물이 미국 선거에서는 등장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그는 “검증받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좋은 이미지와 평판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평가를 받는 로널드 레이건이나 케네디, 오바마 대통령도 주지사나 상, 하원 의원의 경력을 갖춘 정치인들이었고 정치경험이 전무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는 1952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유일했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도 대선을 4, 5개월 앞두고 전격 출마 선언을 해 돌풍을 일으킨 전례가 있기는 하다. 억만장자 사업가였던 로스 페로다. 하지만 그는 1992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지지율을 19%까지 끌어올렸지만 정당정치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