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국내 첫 사례…'전시 살인' 등 동기 조사해야"
제주 여성 관광객 살해 사건의 범인이 피해자의 시신 일부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둔 건 일부러 범행 사실을 알리는 이른바 '전시 살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20일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입구 시외버스정류장 의자에서 발견된 신체 일부에서 지문을 대조한 결과, 숨진 강모(40) 씨의 것으로 확인했다.
당시 나원오 제주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은 "범인이 실종 장소에 대한 수색을 강화하자,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일부러 범행 장소에서 18km 떨어진 곳에 신체 일부와 신발을 놓고 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신체 일부의 발견으로 강 씨는 살해된 것으로 추정돼 경찰의 수사 방향이 실종자수색에서 범인 검거로 급히 전환됐다.
전문가들은 범인이 다른 곳도 아닌 관광지 버스정류장에 피해자의 시신 일부를 놔둔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일부러 범행 사실을 알리는 이른바 '전시 살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 살인은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했다는 것을 알리는 방법으로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양심에 가책을 느낀 범인이 상징성 있는 유품과 시신 일부를 놔뒀다는 분석도 있다.
의자에 놓인 피해자의 시신 일부가 지문 대조가 가능한 부위이며, 공개수사를 통해 잘 알려진 신발을 놓은 점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흉악 수법으로 주검을 은폐하기 위해 매장을 하든가, 토막 내 가방에 놓는 일은 있으나 이번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목적은 누구든 보라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일반적 형태가 아닌 특이한 동기에 기인한 사례이므로 범인이 왜 주검 일부와 신발을 공개된 장소에 놨는지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3일 오전 강 씨 살해 혐의로 긴급 체포된 용의자 A(46)씨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강 씨의 시신을 찾기 위해 170여명의 수색 인원을 동원해 범행이 발생한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인근을 수색하는 한편 A씨의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