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전과 미혼남 이틀전 조사받고 잠적했다 체포 시신 상의 벗겨진채 발견… 경찰 “展示살인 가능성”
제주동부경찰서는 올레 탐방객 강모 씨(40·여·서울 노원구)를 살해한 혐의로 강모 씨(46)를 긴급체포해 범행을 자백 받고 시신을 발굴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 40분경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제주올레 1코스인 말미오름(해발 146m) 부근 농로 옆 15m 지점 대나무 숲에서 피해여성 강 씨의 시신을 찾았다.
○ “소변 보다 우발적 살인?” 신빙성 떨어지는 용의자 진술
용의자 강 씨는 경찰조사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걸어오던 여성이 나를 성추행범으로 오인해 전화로 신고하는 줄 알고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강 씨가 피해여성을 목 졸라 살해한 뒤 현장에 놔뒀다가 2, 3시간 후 500m가량 떨어진 대나무 숲으로 옮긴 뒤 흙으로 덮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강 씨는 사체유기에 대해 “말미오름 주변에 대한 경찰의 수색이 좁혀지자 범행 장소를 다른 곳으로 보이기 위해서 손목을 잘라 운동화와 함께 놔뒀다”고 진술했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19일 오후 10시경 문구용 칼로 손목을 잘랐다고 했다. 피해자의 배낭은 시신에서 2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다.
용의자 강 씨는 미혼으로 강도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수사 초기부터 경찰의 용의선상에 올라 참고인 조사를 받고 풀려난 뒤 잠적했다가 이날 오전 6시 10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성산읍 시흥리에서 붙잡혔다. 강 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이 막노동을 하며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강 씨는 사건 당일 말미오름을 오르기 위해 현장에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여성이 실종된 12일 오전 올레 1코스 안내소 부근에서 용의자 강 씨가 쉬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를 벌여 왔다. 경찰은 21일 강 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불러 참고인 조사를 했다.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은 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일단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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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展示)살인’ 가능성
경찰은 강 씨의 범행이 ‘전시살인’의 일환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시살인은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했다는 것을 알리는 방식의 범죄로 스릴러 영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가 살인을 저지른 뒤 시신이나 시신의 일부를 공개하면서 자신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2000년 10월 전북 고창에서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살해된 뒤 십자가 형태로 팔을 벌린 모습으로 무덤 위에서 발견된 것이 최초의 전시살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범행을 저지른 김해선(35)은 중학교 중퇴 학력에 전과(7범) 때문에 사회에 불만을 품고 있던 반(反)사회 성향 인물로 이후 두 건의 살인을 더 저지른 뒤 붙잡혔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