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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대장부당여차(大丈夫當如此)

입력 | 2012-07-2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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當:당할 당 如:같을 여 此: 이 차




건달에서 황제가 된 유방이 수도 함양에서 진시황의 행차를 보고 자신의 포부를 한탄조로 한 말로 사기 ‘고조본기’에 나온다. 사마천에 의하면, 유방(劉邦)은 패현(沛縣) 풍읍(豊邑) 중양리(中陽里) 사람으로 성은 유(劉)이고, 자는 계(季)이다. 유방은 코는 높고 얼굴은 용을 닮았으며 수염이 멋지고 왼쪽 넓적다리에는 검은 점 일흔둘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됨이 어질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베풀기를 좋아했으며 성격이 활달했다. 외상으로 술 마시는 것을 즐겼으며, 취하면 아무 데나 드러누웠는데, 그의 몸 위에 늘 용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게다가 유방이 술을 마시며 머물 때마다 술이 몇 배씩이나 더 팔렸으므로 주점에서는 항상 외상 장부를 찢어 외상값을 없애 주었다는 일화도 흥미롭게 전해진다.

요역도 할 만큼 비천한 삶을 살았고, 이렇다 할 기반도 전혀 없는 그가 역사의 주역이 된 것은 진나라 폭정에 항거한 진섭의 모반과 등 돌린 민심이라는 천시(天時)도 한몫을 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의 포부였다. 50세에 천하를 손에 쥐고 12년 만에 세상을 떠났던 제왕 유방은 의심도 많은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개국 공신들을 배제하거나 척결하기도 하는 등 무자비한 면모를 드러낸 것도 사실이지만, 천하통일을 꿈꾸었던 그에게 유생 역생(易生) 소하(蕭何) 장량(張良) 한신(韓信) 등 천하의 전략가들이 모여들게 된 것은 결코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그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수를 던진 항우와 다른 분명한 차별의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불굴의 정신으로 잡초 같은 근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라든지, 경청하는 자세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려 한다는 점, 능력 있는 자들을 적재적소에 쓰려고 노력한 점, 상황변화에 능수능란한 처세의 달인이라는 점 등이 그의 포부를 실현시킬 수 있는 핵심 덕목인 셈이다. 물론 이런 호평은 최후의 승자가 된 데 따른 것이라는 결과론적 해석이라는 측면도 배제할 수 없겠지만, 그는 분명 좋은 가문 출신의 항우가 단 한 번의 패배를 견뎌 내지 못하고 31세로 자살한 것과는 대비되는 입지전적인 인물임에 틀림없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