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가치담배 커피자판기 몰래영업 “불법 알지만 한푼이 아쉬워서…”

과태료 낼까 조마조마… 단속 나오면 숨겨놓기도

커피자판기가 설치돼 있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 노점의 가판대.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단속에 걸리면 당장 과태료 내야 하지만…. 형편이 어려우니 어쩌겠어요.”

10년째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가판대를 운영 중인 신모 씨(56·여)는 23일 ‘가치담배’를 진열하느라 분주했다. 그가 한 갑(20개비)씩 포장돼 나오는 담배를 한 개비씩 따로 팔기 시작한 것은 두 달 전. 불황에 매출이 줄면서다. 사실 담배를 낱개로 파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 담배는 고시된 가격으로만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도 내야 한다.

신 씨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는 “단속에 걸리면 한 달 동안 번 돈을 몽땅 과태료로 날리지만 그냥 앉아 있을 수는 없어 조심스레 담배를 팔고 있다”고 했다. 가판대 매출이 하루에 10만 원 정도 되는데 전기요금과 도로점용료 등을 비롯한 각종 공과금을 빼면 손에 쥐는 돈은 2만 원이 채 안 된다.

신 씨는 “형편이 넉넉지 않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많은 노량진동 일대와 노인들이 많이 찾는 종로 주변에서 가치담배 파는 곳을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본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노량진동 일대에 있는 12개 가판 가운데 3곳에서 가치담배를 팔고 있었다.

운동화나 구두 등 예전엔 취급하지 않던 상품을 함께 파는 가판대도 늘고 있다. 가판대에 구두를 들여놓은 김모 씨(60)는 “근처에 회사가 많아 혹시 수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 가져다 놨는데 팔리지 않아 매출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찾기 위해 궁리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가판을 하는 한모 씨(65)는 한잔 300원에 커피를 팔면 매출에 도움이 될까 싶어 최근 소형 커피자판기를 들여놓았다. 가판대 한쪽에서 호떡이나 토스트 등을 만들어 파는 상인도 있다. 서울 종로에서 가판대를 운영하는 김모 씨(55·여)는 “4, 5년 전에 비해 하루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호떡을 만들어 팔고 있다”고 했다. 사실 가판대에서 허가 없이 커피나 음식을 조리해 파는 건 불법이다.

커피자판기를 들여놓은 한 씨는 “단속이 나올 때면 가판대 안으로 자판기를 숨겨놓는다”며 “옳지 못한 줄 알지만 너무 장사가 안 돼 조금이라도 매상을 올리려고 들여놓았다”고 털어놨다. 매일 출퇴근길에 가판대 앞을 지나친다는 회사원 송모 씨(39)는 “가판대의 변신이 불황의 깊은 그늘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김종기 인턴기자 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