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3일 월요일 흐림. 눈 인 시애틀, 미드나잇 인 런던. 트랙 #19 Steve Vai ‘The Boy from Seattle’(1995년)
내 앞에 90년대식 회색 볼보가 멈춰 섰다. “어서 타요! 난 레일라라고 해요.” 뒷문으로 고개를 내민 금발의 여인이 소리쳤다. 뒷좌석에 몸을 싣자 옆자리에서 오랫동안 감지 않은 머리 냄새가 진동했다. “하이. 커트 코베인이오. 그냥 커트라고 불러.” 차가 움직였다. “하월 스트리트의 ‘리-바’로 가자고! 앨범 발매 파티가 있거든. 출발!”
커트는 그곳에서 레인 스탤리(앨리스 인 체인스)와 크리스 코넬(사운드가든)을 소개해 줬다. 그는 잔뜩 취했지만 바 한쪽의 에디 베더(펄잼)를 가리키며 “날 따라하는 쓰레기”라고 속삭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때였다. ‘댈러웨이 부인’의 빅벤에서 들려오듯, 자정 종소리가 습한 밤공기를 갈랐다. 우리 앞에 60년대 스타일의 캐딜락이 멈춰 섰다. 뒷문이 열렸다. “어이, 금발 아가씨, 이 밤에 잭 더 리퍼와 약속한 게 아니라면 어서 타요!” 차 안에는 청년 셋이 타고 있었다. “난 해리슨이오. 그냥 조지라고 불러. 여긴 내 친구 클랩턴 씨. 앞자리는 미국에서 온 앨런이오. 우디, 시나리오는 잘돼 가나? 오늘밤, 타워브리지 근처 바에서 아이디어 좀 챙겨 보자고. 자, 준비됐으면, 출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