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주필
평화체제 위해 미군철수 할 건가
첫째, 대통령이 된다면 제주 해군기지를 계속 건설할 것인가, 포기 또는 보류할 것인가? 12월 대선에 나서야 하는지, 국민의 판단을 받으려고 책을 낸 인물이라면 구체적으로 답해야 한다. 책에서는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 생략된 채 강행된 강정마을 공사는 무리한 것이었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라도 이해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밀어붙일 수는 없다”고 했다. 제주 해군기지는 안 교수가 언급한 대로 ‘김영삼 정부 때부터 20년간 추진된 과제’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가 환경영향평가, 주민동의 및 여론수렴절차를 적법하게 거쳐 시작한 ‘안보 국책(國策)’이다. 안 교수가 강조하듯이 국정에서 ‘소통과 합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주요 사안들은 예외 없이 이해 당사자가 있고 갈등과 마찰이 있다. 자신이 18대 대통령이 된다면 아무리 국익(國益)이 걸려 있어도 국민 완전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국책사업은 다 폐기할 것인가?
셋째, 금강산 관광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는데, 박왕자 씨 사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지 못해도 조건 없이 재개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는 “이명박 정부는 채찍만 써서 남북갈등이 심화됐다”고 했다. 북한의 도발 책임이 주로 우리 정부에 있다고 방점을 찍는 듯하다. 아닌가?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를 등 뒤에서 조준 사격해 비명횡사케 하고, 천안함을 폭침해 나라의 꽃다운 아들 46명을 수장시켰으며, 연평도를 포격해 민군 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들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어떤 채찍을 썼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오히려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비실비실 물러나는 비겁한 꼴을 보였기 때문에 5000만 국민이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 위협에 시달린다는 생각은 안 해 봤는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안 교수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발표를 믿는다. 다만, 국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본인이 대통령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노력을 더 할 수 있었을지 구체적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겠는가?
책 밖의 질문 두 개만 더 하겠다. 첫째, 안 교수는 지난해 “안보에 관해서는 보수(保守)”라고 했는데, 지금도 자신의 안보 정체성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가? 김근식 경남대 교수의 좌파적 인식에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안철수의 생각’을 읽은 일부 보수 논객들은 “안철수는 좌파의 앵무새”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법륜 스님이 이사장인 ‘평화재단’ 관련 인물들, 안 교수를 지지하는 고 김근태 전 의원 측 사람들, 박원순 서울시장의 동지들을 비롯해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 친(親)북한정권 인사들이 안 교수를 둘러싸고 있다는 관측은 터무니없는가? ‘안철수의 생각’에는 북한의 왕조화(王朝化)와 3대 세습에 대한 견해가 빠져있다. 우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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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