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오피니언팀에서 일하고 있는 강혜승 기자의 ‘맞벌이 강혜승 기자의 엄마 도전기’를 시작합니다. 강 기자는 임신 7개월째인 예비 엄마입니다. 가정과 일을 오가며 고민하고 갈등하는 이 시대 30대 직장인입니다. ‘아이를 낳을까 말까’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경제적 부담은?’, ‘내 일의 성공은?’…. 이런 의문들을 품고 일하는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 육아 고민 등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 합니다. 》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원래 우리 부부는 인구 감소의 주범이라 불리는 ‘영악한’ 신혼부부 중 하나였다. 취미생활, 여행, 학위, 외국 유학 등등의 도전 앞에서 지인들은 “아이 때문에…”라며 좌절했다. 우리는 그들처럼 ‘좌절의 레퍼토리’를 읊고 싶지 않았다.
엄마 아빠 모두 일과 가정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슈퍼 휴먼(Super Human)’의 신화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으로 ‘당일 출퇴근’은 남 얘기였다. 오전에 출근하면 자정을 넘겨 퇴근하기 일쑤였던 우리 부부가 무슨 수로 아이를 키우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대범하게 남의 손에 맡겨 키운다 해도 퇴근 시간이 들쑥날쑥한 탓에 아이를 맡길 기관이나 도우미는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상전’이라는 도우미 아주머니들도 6시 ‘칼 퇴근’을 선호하는 요즘이다.
임신을 결심했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우선 몸을 만들어야 했다. 아빠 엄마 모두 술도 끊고 담배도 끊어 몸을 건강히 하는 게 첫 단계였다. 담배나 술에 전 몸이 정화되려면 3개월은 걸린다는 게 의사들의 조언이었다. 아이를 갖기 3개월 전부터는 부부가 엽산도 챙겨 먹어야 한다. 태아의 신경 관계 기형을 막기 위해서다.
몸이 만들어진다고 생명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몸은 건강한데 난임으로 고생하는 부부가 그리 많은 줄 미처 몰랐다. 결혼 4년차의 한 후배는 “임신 테스트기만 20만 원어치 넘게 샀다”고 했다. 5000원짜리 진단기를 40개 이상 샀다는 얘긴데, 그 마음의 고단함이 짐작돼 가슴이 먹먹했다. 임신을 생각하는 순간부터 예비 엄마는 극도로 예민해진다. 하복부 통증도 있는 것 같고, 몸도 으슬으슬하고…. ‘임신일까?’ 임신 증상이 궁금해 난생처음 찾아 들어간 임신 출산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임신 테스터에서) 두 줄 보는 게 소원”이라는 구구절절한 사연이 한 무더기였다. 테스트를 하는 그날, 많은 이가 달랑 ‘한 줄’(비임신을 뜻함)만 뜬 테스터에 절망한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가슴 졸이는 시간을 반복한다.
생명을 확인했을 때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런데 소중한 생명을 지켜 내는 과정은 또 다른 차원이다. 초기 입덧이 심했던 한 친구는 아침 먹고 토하고, 점심 먹고 토하고, 저녁 먹고 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주일에 한 번꼴로 돌아오는 철야 근무를 버텨 냈다. 맞벌이 예비 엄마들의 고통은 대부분 비슷하다. ‘남들 다 하는 임신’으로 유난 떨 수 없고, 직장 동료들에게 민폐가 될까 봐 힘들다는 내색도 못 한다. 안 좋다는 커피도 졸음을 참으려고 일부러 마신다. 초기 유산 위험을 피하려면 낮에도 종종 누워 있어야 한다는데, 눕기는커녕 다리 뻗을 공간도 마땅치 않다.
몸이 힘든 건 그나마 견딜 만하다. 아랫배에 통증이라도 있으면 내내 좌불안석이다. 배 속 아기에게 혹여 이상이 있을까 별별 걱정을 다 하게 된다. ‘출근 버스를 잡는다고 뛰었는데 잘못된 건 아닐까’, ‘야근한다고 무리를 했나’, ‘담배 냄새 피한다고 숨을 잠깐 참았는데 그게 혹시?’…. 그렇다고 직장에 묶여 있는 처지에 당장 병원으로 달려갈 수도 없다. 몸과 마음이 지쳐 가는 중에 동료가 무심코 한마디를 툭 던지면 바로 화살이 되어 마음에 상처로 박힌다. “야근 왜 빠졌어?”
강혜승 기자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