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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후보루 獨마저… 무디스, 신용전망 ‘부정적’ 하향

입력 | 2012-07-25 03:00:00

■ 주변국 지원 ‘밑빠진 獨’… 유로존 돈줄마저 막힐라




스페인의 전면 구제금융설과 그리스의 ‘9월 국가부도설’이 확산되는 가운데 유로존 최후의 보루인 독일마저 최고 국가신용등급을 잃을 위기를 맞고 있다.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 중 처음으로 무디스가 23일 독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도 ‘부정적'으로 바꿨다. 독일 등 3개국은 모두 최고 국가신용등급인 ‘Aaa(트리플 A)’를 보유하고 있다. 무디스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재정이 취약한 국가에 대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고 유로존이 유지되더라도 신용등급이 높은 국가의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된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데 이어 추가로 6개 지방정부도 구제요청에 나설 것으로 보여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루이스 데 긴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이 24일 긴급 회동을 갖기로 했지만 뾰족한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 23일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7.569%까지 치솟아 사흘 연속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이탈리아 일간 스탐파를 인용해 남부도시 나폴리와 시칠리아 주의 팔레르모, 레지오 칼라브리아 등 10개 도시가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도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지난 주말 “그리스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항과 유사한 상황에 있다”고 밝힌 데 이어 9월에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것이라는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무디스가 이날 독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면서 ‘독일, 너마저…’라는 불안 심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독일마저 흔들리면 유럽 재정위기 해결은 더욱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긴도스 장관이 24일 밤 쇼이블레 장관과 긴급 회동을 하기 위해 베를린으로 간 것도 독일 외에는 기댈 곳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스페인 정부가 이전에 지원받기로 한 1000억 유로도 모자라 추가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약 30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할 개연성이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독일은 유로존 최후의 보루로서 재정위기에 허덕이는 주변국의 돈줄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자금 지원이 계속 이어지면서 독일도 점점 수렁으로 빠져 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은 이미 유로존 재정 위기국에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원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크레디트스위스의 추산 자료를 인용해 독일이 유로존 재정위기 해소를 위해 직간접으로 부담하게 된 자금이 모두 6719억 유로(약 933조 원)로 국내총생산(GDP)의 22.4%에 이른다고 전했다.

지난달 독일의 국가신용등급을 처음으로 강등한 미국의 마이너 신용평가회사인 이건존스는 독일이 유로존 회원국에 7000억 유로의 대출을 해 주었는데 이 중 절반이 회수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로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독일은 경제의 기초 체력도 급격히 저하하고 있다. 수출부진으로 5월 제조업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무디스가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것도 독일의 경제성장이 부진한 가운데 구제비용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유로존 위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23일 2분기 경제성장률이 ―1%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혀 자체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사상 최초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4개월 전에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인 독일도 미국과 프랑스 등에 이어 최고 국가신용등급인 ‘트리플A’를 잃어버릴 개연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