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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친구들 조문… “아름아, 미안해”

입력 | 2012-07-25 03:00:00

“아름아, 미안해”
■ 초등학교 친구들 조문… 충격 우려 50명 심리치료




허탈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점덕의 아버지. 통영=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24일 오전 한아름 양(10)이 다니던 경남 통영시 산양초등학교. 이날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가지만 들떠야 할 학교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날 통영시와 교육청에 상담 및 심리치료를 요청해 3∼6학년생 50여 명이 1시간가량 심리치료를 받았다.

학생들은 예상대로 심리적 외상(트라우마)을 입고 있었다. 치료에 들어가자 상담교사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했다. 4학년 같은 반 남학생은 “평소 아름이를 많이 놀렸어요. 친구로서 잘 대해 주지 못했어요. 사과를 하고 싶은데 아름이가 떠나서 못하고 있어요. 너무 미안해요. 아름이가 보고 싶어요”라며 계속 울먹였다. 또 다른 친구는 “아름이와의 좋았던 기억보다 제가 잘못해준 기억만 계속 떠올라요. 아름이를 빼앗아간 어른들이 너무 미워요”라며 고개를 숙였다.

담임교사(24)는 한 양이 3학년 때 감기몸살로 하루 결석한 것을 제외하고 1학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개근한 성실한 아이였다고 전했다. 한 양은 일기장에 “배우나 피아니스트가 꼭 될 것”이라는 장래 희망을 자주 썼다. 하지만 일기장에 가족 이야기는 한 번도 적은 적이 없어 학교에서도 한 양에게 관심을 가졌다. 담임교사는 “등교할 때 아침을 굶고 오는 날이 많아 일주일에 두세 차례는 빵으로 때우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교실에서는 항상 밝았고 발표력도 뛰어났다. 그런 아이가 당했을 고통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피의자 김점덕의 아버지 김모 씨(82)는 집에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김 씨의 집과 한 양의 집은 직선거리로 70m가량 떨어져 있다. 인사성이 밝은 한 양은 평소 김 씨에게도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고 한다.

김 씨는 “아이가 시신으로 발견되기 이틀 전 아름이 아버지에게 ‘요즘 밥은 먹고 다니느냐’며 안부 인사를 건넸는데 내 새끼가 범인이었다. 내 자식이 죄를 저질렀는데 앞으로 동네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 수 있겠나. 자식을 잘못 가르친 내가 죽일 놈이라고 용서를 빌 수밖에 없다”고 흐느꼈다.

김 씨는 “같은 마을에 살지만 평소 아들은 집에도 오지 않고 연락도 잘 하지 않았다. 가족들과 대화도 없었다. 끔찍한 일을 저지른 지 며칠 뒤에 태평스럽게 낚시를 다녀왔다고 하더라. 아들이 죗값을 빨리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사실 김점덕은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대상은 아니었지만 마을 주민 상당수는 그가 성폭행 전과자임을 알고 있었다. 김점덕이 2005년 바로 이 마을 개울가에서 60대 노인을 성폭행하려다 돌로 내리쳐 징역 4년을 복역하고 출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같은 마을 출신인 데다 인정을 중시하는 시골마을 정서상 그가 2009년 출소해 동네에 정착한 뒤 특별히 경계하거나 따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사회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한 주민은 “출소한 점덕이가 가진 돈이나 집이 없어 불쌍했다. 주민 회의 끝에 베트남 출신 부인과 살 수 있도록 마을회관 1층을 싼 가격인 월세 10만 원에 내줬다”며 “배은망덕하게도 마을 아이에게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 [채널A 영상] “설마 내 이웃이…” 성범죄자 관리제도 ‘허술’

통영=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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