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화정고 정승윤 군, 대통령상 ‘이너 지퍼’지퍼의 슬라이더가 이빨 속으로 움직여 옷 끼임 방지
옷이 끼이지 않는 ‘이너 지퍼’를 개발한 정승윤 군이 제34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너 지퍼’로 대통령상을 받은 경기 고양시 화정고 2학년 정승윤 군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명을 해 상을 타게 된 동기는 ‘그저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3월 14일 정 군은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수업이 끝나고 집에 빨리 가려는 생각에 가방을 싸고 급하게 상의 지퍼를 올렸다. 그런데 가방에 달려있던 끈이 지퍼 사이에 끼고 말았다. 한참을 낑낑대는 사이, 며칠 전 어머니도 겉옷의 지퍼에 스카프가 끼어 불편해 하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불현듯 ‘걸리지 않는 지퍼를 만들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집에 돌아와 지퍼를 뚫어져라 관찰했다. 문제는 지퍼를 물고 움직이는 슬라이더와 지퍼 양쪽 이빨 사이의 틈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통령상을 수상한 정승윤 군의 ‘이너 지퍼’는 이빨 사이로 지퍼의 잠금장치가 움직이는 방식으로 기존 지퍼의 상식을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번 길이 열리자 어려움에 부닥치더라도 계속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부모님과 정종현 지도교사의 도움을 받아 이너 지퍼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줄 회사도 찾을 수 있었다. 3차원 설계도는 디자인업체에서 근무하는 사촌형의 도움을 받았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발명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뭔가를 만들어 낸 다음 끊임없이 수정을 하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간다는 거죠. 이때 필요한 것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에요. 문제를 알면 해결책이 보이고 해결책이 분명하면 도움의 손길도 얻을 수 있는 거죠.”
“승윤이가 지난해 겨울 경기도 창의력경진대회에 나가겠다며 찾아왔어요. 과학 동아리 회원도 아니어서 처음에는 그저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엔 전국대회에 나갈 자격을 얻지 못했는데 다시 발명품대회에 도전해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을 보니 참 기특합니다.”
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정 군은 “사람들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것이 과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발명품뿐만 아니라 앞으로 하는 공부를 통해서도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 [채널A 영상] 집에 빨리 갈 수 있는 가방? 학생 발명품 ‘아이디어 톡톡’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