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전여고 김유진 양자음 누르면 모음 저절로 떠… 드래그기능 활용 글자 완성
김유진 양이 자신의 발명품인 ‘스마트폰 초간편 한글입력기’를 터치스크린에서 시연하고 있다. 자음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모음버튼으로 손가락을 드래그하면 글자가 완성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스마트폰 초간편 한글입력기’로 국무총리상을 받은 대전 서구 서대전여고 2학년 김유진 양은 여느 여고생들처럼 친구들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데 푹 빠져 있다. 문제는 메시지를 쓸 때 빠르게 화면을 누르다 보면 오자가 많아진다는 것.
김 양이 “스마트폰은 메시지 보내기가 너무 힘들다”며 투정을 부리자 아버지 김만조 씨는 “그럼 직접 한글 자판을 만들어 보라”고 제안했다. 국방과학연구소에 근무하는 공학자인 김 씨는 “불편한 점을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딸의 게으른 성격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김 양의 한글입력기는 기존의 상용 자판에서도 쓰이는 한글 창제 원리에 따라 초성 중성 종성 순으로 글자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김 양의 시스템은 한 개의 자판으로 자음과 모음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자음을 누르고 나면 모음을 누를 수 있도록 저절로 바뀌기 때문에 자판이 9개에 불과해 자판 하나하나가 큼직하다.
과거 버튼 형식의 입력 방식으로 한 글자를 완성하려면 많게는 열두 번까지 버튼을 눌러야 하지만 김 양이 만든 한글입력기에서는 세 번만 누르면 복잡한 글자도 완성된다. 게다가 손가락이 굵은 사람이라도 거의 오타 없이 스마트폰으로 글을 쓸 수 있다. 김 양은 아버지와 함께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뒤 심재용 지도교사와 함께 윈도 기반의 소프트웨어와 안드로이드 앱까지 완성했다.
“자판이라는 소재가 너무 일상적이고 다른 참가자들의 작품과 달리 화려하지 않아 상을 탈 줄 전혀 몰랐어요. 작은 아이디어가 우리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에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김 양은 오랫동안 수의사의 꿈을 키워왔다. 그래서 과학 과목 중에서도 생물과 화학을 좋아했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화학공학이나 컴퓨터공학 분야에 새롭게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