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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 노총각의 눈물?

입력 | 2012-07-26 03:00:00

서울 35∼49세 男 미혼율 20%… 20년새 9배로 늘어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TV 드라마 ‘신사의 품격’은 41세 동갑내기 친구 네 명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 중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뿐. 두 명은 미혼이고 나머지 한 명은 아내와 사별한 뒤 열일곱 살 어린 여성과 열애 중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로맨틱 코미디에서 볼 수 없는 ‘중년 미혼 남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드라마는 결혼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는 현실을 반영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낸다.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실제 서울시에 거주하는 35∼49세 미혼 남성 5명 중 1명은 한 번도 결혼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5일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통계로 본 서울 남성의 삶’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2만4239명이던 35∼49세 미혼 남성은 2010년 24만2590명으로 늘었다. 20년 만에 미혼 비율이 2.2%에서 20.1%로 급증한 것이다. 이 기간 같은 연령대의 미혼 여성이 2만2529명(미혼 비율 2.1%)에서 14만5218명으로 늘어나 미혼 비율이 11.8%가 된 것에 비해 훨씬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현실에선 일과 연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신사의 품격’을 지켜 나가는 사람보다는 ‘능력 없는 중년남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다. 35∼49세 여성은 고학력에서 미혼 비율이 높은 데 비해 남성은 저학력에서 미혼 비율이 훨씬 높다. 35∼49세 미혼 남성의 학력을 살펴보면 고졸 이하가 52.4%로 가장 많았다. 같은 연령대 미혼 여성의 학력은 대졸 이상이 61%로 대부분 ‘골드미스’였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국내 40대 남성의 미혼자 비중은 미취업자가 27.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일용직(17.7%) 임시직(13.5%) 순이었다. 반면 고용주의 미혼 비율은 3.4%, 상용직은 5.0%, 자영업자는 6.6%로 나타나 미취업자에 비해 결혼 비율이 훨씬 높았다. 결국 남성의 결혼은 학력이나 직업 같은 ‘능력’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35∼49세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미혼 비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분석해 봤다”며 “이 연령층의 미혼 남성 절반 이상이 고졸 이하라는 점에서 나이가 들수록 결혼 기회가 더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적 능력이 결혼 기회에 영향을 주는 ‘결혼 격차’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본 정부가 최근 발표한 ‘아동·양육백서’에 따르면 50세 시점에서 한 차례도 결혼한 경험이 없는 남성이 5명 중 1명꼴인 20.1%로 여성(10.6%)에 비해 갑절가량 높았다. 이들 중 30.3%는 결혼하지 못한 이유로 ‘결혼자금이 부족해서’라고 답했다. ‘적당한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46.2%)에 이어 두 번째였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결혼격차(marriage gap)’에 관한 보고서에서 연소득 상위 10%까지의 기혼 비율은 83%인 반면 소득 하위 25%에 해당하는 남성의 기혼 비율은 5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여성의 교육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그에 못 미치는 남성을 배우자로 선택하지 않다 보니 능력이 모자란 남성은 중년이 되도록 결혼하지 못하게 된다”며 “1980년대 이후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아지는 성비 불균형 현상이 심해진 점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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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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