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5∼49세 男 미혼율 20%… 20년새 9배로 늘어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실제 서울시에 거주하는 35∼49세 미혼 남성 5명 중 1명은 한 번도 결혼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5일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통계로 본 서울 남성의 삶’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2만4239명이던 35∼49세 미혼 남성은 2010년 24만2590명으로 늘었다. 20년 만에 미혼 비율이 2.2%에서 20.1%로 급증한 것이다. 이 기간 같은 연령대의 미혼 여성이 2만2529명(미혼 비율 2.1%)에서 14만5218명으로 늘어나 미혼 비율이 11.8%가 된 것에 비해 훨씬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35∼49세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미혼 비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분석해 봤다”며 “이 연령층의 미혼 남성 절반 이상이 고졸 이하라는 점에서 나이가 들수록 결혼 기회가 더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적 능력이 결혼 기회에 영향을 주는 ‘결혼 격차’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본 정부가 최근 발표한 ‘아동·양육백서’에 따르면 50세 시점에서 한 차례도 결혼한 경험이 없는 남성이 5명 중 1명꼴인 20.1%로 여성(10.6%)에 비해 갑절가량 높았다. 이들 중 30.3%는 결혼하지 못한 이유로 ‘결혼자금이 부족해서’라고 답했다. ‘적당한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46.2%)에 이어 두 번째였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결혼격차(marriage gap)’에 관한 보고서에서 연소득 상위 10%까지의 기혼 비율은 83%인 반면 소득 하위 25%에 해당하는 남성의 기혼 비율은 5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여성의 교육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그에 못 미치는 남성을 배우자로 선택하지 않다 보니 능력이 모자란 남성은 중년이 되도록 결혼하지 못하게 된다”며 “1980년대 이후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아지는 성비 불균형 현상이 심해진 점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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