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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여고생의 분노 “차라리 날 감옥에…”

입력 | 2012-07-26 03:00:00

“감옥行 안두려워” 피해 여고생, 트위터에 가해자들 신상 공개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의 신원을 밝힌 미국 여고생 사바나 디트리히 양. AP 연합뉴스

“가해자의 인권이 피해자를 위한 공정한 법 집행보다 더 중요한가요. 그렇다면 누가 성범죄 신고를 하겠습니까.”

미국 켄터키 주 루이빌에 사는 17세 여고생 사바나 디트리히 양은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자신을 성폭행한 남학생 두 명의 이름을 공개하며 이렇게 적었다. 그는 “만약 가해자의 이름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야 한다면 기꺼이 가겠다”는 말도 함께 적었다.

AP통신은 24일 감옥행을 각오하고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의 신원을 밝힌 디트리히 양에게 미국인들의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디트리히 양은 지난해 8월 한 모임에서 술에 취해 쓰러진 상태에서 남학생 두 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남학생들은 성폭행 장면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했다. 디트리히 양은 “몇 달간 울면서 지냈다”며 “사람 많은 곳에 창피해서 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디트리히 양이 가해 남학생들을 신고해 이들은 중범죄에 해당하는 1급 강간죄와 경범죄에 해당하는 관음행위 혐의로 기소됐다. 1급 강간죄는 최고 종신형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중형을 받게 될 것이라는 디트리히 양의 기대와 달리 지난달 말 가해자 측은 검찰과 플리바기닝(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줄이는 제도)을 통해 형량을 크게 낮추기로 합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법원은 미성년자인 가해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신상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함구령까지 내렸다. 함구령을 어기면 법정모독 혐의로 최대 180일의 징역과 500달러의 벌금형을 받는다.

디트리히 양은 “용기를 내서 성범죄를 신고했더니 돌아온 것은 가해자들이 경미한 형량을 받고 가해자 신원에 대해 입도 열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이게 신고한 대가인가’ 하는 원망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민 끝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범죄자의 신원을 알리기로 했다.

24일 디트리히 양에게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법원에 디트리히 양의 처벌을 요구하던 가해자 측이 갑자기 요구를 철회하면서 감옥행을 면하게 된 것. 가해자 측이 처벌 요구를 철회한 것은 디트리히 양에 대한 지지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디트리히 양의 행동을 지지하며 그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청원 운동이 일어나 6만4000명이 서명했다.

미국 최대 여성단체인 전미여성연합(NOW)은 “감옥행을 감수하면서까지 가해자의 신원을 밝힌 디트리히 양은 성범죄 희생자인 다른 여성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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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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