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사회부 기자
▶26일자 A1면
강간미수범이 학원 차려 버젓이 女중고생들 상담
정부는 2006년 6월 ‘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청소년 이용시설에 대한 아동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조항을 신설했다. 영어 수학 등 학교 교과를 가르치는 일반 보습학원에 성범죄자의 취업을 금지시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일부 학원은 ‘평생직업교육학원’으로 분류해 취업제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성인이 주로 다닌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평생직업교육학원에는 웅변 주산 컴퓨터 서예 만화 바둑학원 등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학원이 대거 포함돼 있다. 웅변 주산학원에는 10세 미만 어린이도 많이 다닌다.
물론 정부의 보완조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평생직업교육학원에 초중고교생이 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지난해 7월 추가했다. 평생직업교육학원으로 분류된 학원 운영주가 초중고교 수강생을 모집하려면 일반 입시 보습학원과 같은 ‘학교교과교습학원’으로 재등록해 성범죄자 취업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거기엔 두 가지 구멍이 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미성년자는 얼마든지 다닐 수 있다. 실제 초중고교생이 다니지 않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초중고교생을 가르치면서도 평생직업교육학원이란 문패를 유지해 정부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수원의 컴퓨터학원도 중학생 2명과 고교생 6명 등 청소년 8명이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교육지원청은 26일 해당 학원 측에 이들 전원을 내보내라고 명령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원생을 일일이 확인해 보지 않고서는 평생직업교육학원에 다니는 초중고교생을 가려내기가 매우 힘들다”며 “성범죄자가 이런 학원을 운영하는 걸 막을 법적 장치가 없다 보니 그런 사례를 적발해도 행정지도 외엔 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평생직업교육학원도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에 넣기 위해 이달 초 법제처에 관련 법령 검토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뒷북만 치는 모양새가 됐다. 성범죄자들이 우리 딸들을 추악한 성욕의 제물로 삼기까지는 이런 근시안적 행정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