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최남단 시리아 접경지대에 있는 시리아 난민캠프. 이곳에는 총탄과 포화를 피해 고향을 등지고 떠난 시리아 난민 6000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는 밤에 시리아로 넘어가는 전사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일라다으=이종훈 특파원 taylor@donga.com
눈이 큰 무함마드는 두 달 전 누나와 함께 부모를 따라 고향 라타키아를 떠나 이곳에 왔다.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한때 피신했다는 소문이 돈 지중해 연안도시다.
“사촌 동생이 정부군의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죽는 걸 바로 옆에서 봤어요. 순간 몸이 얼어붙었죠.”
무함마드의 안내로 찾은 난민캠프는 접근이 어려웠다. 캠프 외벽에는 높이 2m가 넘는 짙은 파란색 천이 둘러쳐져 있었다. 도로에는 수십 m 간격으로 경찰이 보였고 정문에는 무장 군인이 지켰다. 경찰이 지키지 않는 야산으로 올라가니 족히 1000개는 되는 하얀색 텐트의 물결이 보였다.
오후 5시가 넘었는데도 더위가 가시지 않은 탓인지 텐트 밖에 나와 바닥에 천을 깔고 앉아 있거나 의자 위에서 쉬는 난민이 많았다. 한 귀퉁이에서는 어린이들이 공을 갖고 축구를 하고 있었다.
지난해 9월 터키가 처음 난민캠프를 언론에 공개했을 때 소개된 아파이딘 난민캠프. 어린이들이 공을 차고 있다. 터키신문 제공
터키 주민 역시 이들을 편하게 대하지는 않는 듯했다. 난민촌 옆에서 밭농사를 짓는 터키 남성은 “저 사람들을 어떻게 돌려보내야 하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시내의 한 가게 주인은 “난민촌의 성인 남자의 적잖은 수가 반군에 가담해 밤에 국경을 넘어가 전투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곳서 국경까지는 불과 4∼5km. 터키 정부도 이를 묵인한다는 얘기다. 레제프 찰르시칸 부시장(57)은 본보에 “터키 정부는 텐트마다 침대 TV 냉장고 전기난로 세탁기 등 모든 편의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캠프 정문 앞을 지나다 차량의 유리창을 내리고 사진을 찍자 총을 든 경비병이 30m나 쫓아와 “주지사의 허락 없이는 난민 캠프의 쓰레기 사진 하나도 찍을 수 없다”며 위협했다. 통역가이드가 “캠프에 난민이 몇 명 있느냐”고 묻자 그 병사는 “한 번만 더 질문하면 끌고 가겠다. 마지막 경고다”라며 기자 일행에게 소총을 겨누기도 했다. 한 주민은 “캠프 뒤편 산으로 더 들어가면 반군이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난민촌 쪽은 터키인도 거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24일 찾은 안타키아 동쪽 54km 지점의 질베교주 검문소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두꺼운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무장 군인 20여 명과 경찰이 철문 안팎을 지키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터키 기자는 “이틀 전 반군에 가담하려고 온 리비아 출신 용병과 반군 150명이 국경 지역에서 알라위파 운전사들을 폭행하고 트럭들을 불태우자 시리아 정부군이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헬기를 국경에 띄웠다. 이에 맞서 터키군도 전투기 2대를 발진시켰다”고 말했다. 지방 일간지들은 “23, 24일 연속 질베교주 검문소의 시리아 국경 쪽에서 포격 소리가 멈추지 않아 터키 군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벗어나 터키 최남단 국경 지역으로 가다가 식당에 들렀다. 수니파 출신의 식당 주인은 “수니파는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하지만 미국 등 외세가 무력 개입할 경우 반군 편에 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을 위해 움직일 미국과 서방은 절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종훈 특파원
야일라다으·안타키아(터키)=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