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진 신-구당권파 갈등 격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심상정 원내대표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자 이석기 의원(왼쪽)이 “왜 이러세요”라며 거절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선 당 소속 의원 13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 문제를 논의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통진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두 의원 제명안을 표결했으나 재적 의원 13명 중 찬성 6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제명에 반대해온 구당권파 의원 6명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당법에 따라 제명에는 재적 과반인 7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두 의원의 ‘운명’을 가른 건 중립 성향의 김제남 의원이었다. 심상정 노회찬 강동원 박원석 정진후 서기호 의원 등 신당권파 6명은 제명안에 찬성했으나, 김 의원이 예상을 뒤엎고 투표용지에 찬반을 표시하지 않은 무효표를 던진 것. 환경단체 출신으로 NL계(민족해방계열)에 뿌리를 두고 있는 김 의원은 구당권파가 영입해 비례대표 후보로 전략 공천했지만 제명에 대해선 신당권파와 의견을 같이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김 의원은 의총 뒤 기자들을 만나 “상처를 치유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당원들이 겪고 있는 갈등과 대립, 아픔의 상처가 아직 깊다”고 말했다. 두 의원을 끌어안고 화합하자는 얘기였다.
제명안 부결로 신구 당권파 간 갈등은 극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신당권파 당원들은 분노와 실망감을 감추지 않으며 탈당 의사를 잇달아 밝히고 있어 향후 분당사태로 치달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회의 시작 전 이석기 의원은 심 원내대표가 악수를 청하자 “왜 이러세요”라며 거절했을 만큼 신구 당권파의 감정의 골은 깊다.
▶ [채널A 영상] 심상정 원내대표가 악수 청하자 “됐어요”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 복원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대선에서 통진당 지지표가 절실한 민주당은 야권연대의 전제로 두 의원의 제명을 주장해 왔다. 정성호 대변인은 “통진당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상당한 정도의 불법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고 국민의 공분을 산 사안임에도 당이 책임지는 걸 거부한 것”이라며 “강기갑 대표 선출 이후 높아진 야권연대 복원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야권연대의 원만한 진행에 상당한 장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두 의원 자격심사를 통한 국회 퇴출’ 방안도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의원이 출당되면 명분을 갖고 자격심사를 진행하려 했다”며 “고민스럽지만 자격심사를 추진하기 위한 좋은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통진당 지도부가 줄기차게 주장한 쇄신이 말잔치뿐인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며 “민주당은 자격심사에서 기존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압박했다.
한편 통진당 이청호 부산 금정구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기 의원이 대표를 지낸 정치컨설팅업체 CNP(현 CNC)와 통진당 광주시당이 합작해 선거비용을 부풀린 의혹이 있다는 익명 제보자의 자필 진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4·11총선 뒤 통진당 광주시당 총무실장은 8개 선거캠프 회계책임자들에게 “CNP와 합의해 가격을 최대한 부풀리라”고 지시했다. 진술서에는 선거비용 부풀리기의 최우선 고려대상이 유세차와 공보물처럼 가격대가 높아 ‘통으로 부풀릴 수 있는 것들’이라고 적혀 있다. 이에 광주시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혜진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