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친회 사칭해 가짜족보 판매… 14억 가로챈 일당 16명 검거
지난해 11월 변호사 A 씨는 ‘종친회 중앙회’라고 적힌 소포를 받았다. 소포에는 편지 한 통과 책이라 하기에는 민망한 ‘종이 뭉치’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우리 가문의 뿌리를 총정리한 대동보감을 3년에 걸쳐 만들어 보내드리오니 종친회 발전기금 19만 원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A 씨는 허름한 내용에 약간 찜찜했지만 ‘가문의 뿌리’라는 단어에 믿음을 갖고 돈을 보냈다.
하지만 이 종친회는 가짜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0년 1월부터 이달까지 43개 종친회를 사칭해 발전기금 명목으로 8000여 명에게 14억여 원을 받아낸 혐의(사기 등)로 송모 씨(52)를 구속하고 텔레마케터 김모 씨(42)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헌책방을 돌며 대학 동문집, 공기업 명부 등에 적힌 전화번호와 주소를 이용해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동보감’은 여러 집안의 족보를 짜깁기한 엉터리 책자였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