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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문중 위해 족보 사달라기에 입금했더니…

입력 | 2012-07-28 03:00:00

종친회 사칭해 가짜족보 판매… 14억 가로챈 일당 16명 검거




지난해 11월 변호사 A 씨는 ‘종친회 중앙회’라고 적힌 소포를 받았다. 소포에는 편지 한 통과 책이라 하기에는 민망한 ‘종이 뭉치’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우리 가문의 뿌리를 총정리한 대동보감을 3년에 걸쳐 만들어 보내드리오니 종친회 발전기금 19만 원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A 씨는 허름한 내용에 약간 찜찜했지만 ‘가문의 뿌리’라는 단어에 믿음을 갖고 돈을 보냈다.

하지만 이 종친회는 가짜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0년 1월부터 이달까지 43개 종친회를 사칭해 발전기금 명목으로 8000여 명에게 14억여 원을 받아낸 혐의(사기 등)로 송모 씨(52)를 구속하고 텔레마케터 김모 씨(42)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헌책방을 돌며 대학 동문집, 공기업 명부 등에 적힌 전화번호와 주소를 이용해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동보감’은 여러 집안의 족보를 짜깁기한 엉터리 책자였다.

송 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 종친회에 소홀했다는 미안한 마음을 갖지만 족보는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 점을 노려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