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 소설가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다음 날 신문에서도 베르마의 연기를 극찬하는 평이 실린다. 결국 마르셀은 자신의 생각을 바꾼다. 베르마의 연기를 극찬하고 다니게 되는 것이다. 애초에 가졌던 평가를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바꾸어 놓은 셈이다.
이런 예는 미술과 문학, 건축 등 다른 예술 작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이 읽은 소설이 처음엔 실망스럽다고 느꼈다가 평론가들이 극찬해 마지않는 것을 보면서 평가를 바꾸고 그 소설이 명작이라고 선전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한국의 명작 소설로 꼽히는 작품 중에도 이런 소설이 꽤 있다.
조직력이 강할수록 집단적으로 한 사람에 대한 미움을 순식간에 전염시킬 수 있고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 소위 집단 감염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 한 사람을 희생양 삼아 자신들의 조직을 유지하려고 하는 저의가 강하면 강할수록 미움의 심도는 깊어지고 전염 속도는 빨라지는 법이다. 특히 종교단체에서 그런 수법들을 많이 쓰는 것을 보게 된다. 심각한 지도자의 과오를 한 회원에게 뒤집어씌워 집단 따돌림을 함으로써 조직을 견고히 해나가는 것이다.
공자 선생은 ‘논어’ 위령공편에서 말하기를 ‘중호지필찰 중오지필찰(衆好之必察 衆惡之必察)’이라고 했다. 뭇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봐야 하고 뭇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나 매스컴들이 명작이라고 떠들고 베스트셀러라고 떠들어도 자신이 반드시 살펴본 후에 판단을 내려야 하듯 아무리 다른 사람이 누구를 크게 칭찬하더라도 자신이 반드시 살펴본 후에 판단을 내리는 게 좋다. 제품 구입에서도 이런 원칙을 적용하면 남들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사들이는 쓸데없는 낭비를 줄일 것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누구에 대한 악소문을 내고 다니더라도 자신이 반드시 살펴본 후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진위를 판단하기 힘들 때는 함부로 말하고 다니지 말아야 한다.
조성기 소설가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