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미국 유학 시절에 만났던 중국인들은 목표를 정하면 주변 사람을 개의치 않고 밀고 나가는 저돌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지난해 기준 15만8000여 명으로 미국 내 외국 유학생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과 교역 규모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국이 됐으니 지금이야 달라졌겠지만 그때만 해도 방값을 아끼기 위해 원룸아파트에 5명이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았다. 식당에서 큰소리로 떠들고 ‘무빙세일’할 때 10달러도 안 되는 의자를 바득바득 우겨 반값에 가져가려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중국인이었다.
▷6월 말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한국에 온 칭화대 공공외교(公共外交)센터 저우칭안(周慶安) 부원장이 본사로 찾아온 적이 있다. 평화로운 방식으로 성장해 화목한 이웃이 되려는 중국의 노력을 언론에 직접 설명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중국에 대한 보도 기준과 한중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동아일보의 생각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물어왔다. 돌아서는 그의 모습에서 품위와 격조를 갖춘 ‘국제신사’의 이미지를 느꼈다. 지극히 개인적 경험이지만 10년 만에 확 달라진 중국인의 모습이었다.
▷중국의 공공외교 강화는 범국가적 어젠다다. 정부를 상대로 하던 전통적인 외교방식에서 벗어나 상대국의 국민에게 다가가 소통하고 이해를 증진시키는 방식으로 자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소프트파워를 키워나가려는 전략이다. 한마디로 다른 나라 국민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외교다. 중국 공공외교의 전도사로 불리는 자오치정(趙啓正)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임(장관급)은 이달 초 서울 강연에서 “세계에 조화, 평화, 협력이라는 뜻을 의미하는 화(和)를 전파하는 데 중국이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을 고압적이고 때로는 소통 불가의 국가로 느끼는 사람이 많다. 영해를 침범해 해경을 살해하고도 사과는커녕 “예의를 충분히 갖춘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훈계하는 나라다. 구동존이(求同存異)의 노력보다는 다른 나라를 압박해 중국식을 따르게 하려는 막무가내의 모습도 보인다.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 일행을 113일간이나 구금한 것도 모자라 ‘국가안전위해죄’를 입증하기 위해 전기고문까지 서슴지 않은 것은 중국이 공들여온 대한(對韓) 공공외교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한국을 진정한 친구로 여긴다면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