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균 나쁜 균제시카 스나이더 색스 지음·김정은 옮김/424쪽·1만8000원·글항아리
포도상구균처럼 문제를 일으키는 세균도 있지만 엄마의 젖을 빠는 아기는 수백만 마리의 비피더스균과 접촉하며 자연스레 면역력을 키워간다. 저자는 좋은 균과의 공존을 도외시해온 질병 탐구의 역사를 조목조목 짚어가며 문제를 들춰낸다.
아마존에 사는 누칵족은 열대우림을 빠져나오면 몇 주 만에 병이 든다. 마을 사람들과 접촉하면 심각한 전염병을 앓기 마련이다. 문명 세계의 세균에 노출된 적이 적었기 때문이다. 1999년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의 장내 기생충을 박멸했더니 사람들은 곧바로 알레르기가 생겼다. 조사에 따르면 다른 어린이와 함께 자거나 어릴 적부터 애완동물과 접촉한 어린이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더 낮았다.
2010년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벨기에와 함께 항생제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식수에는 염소가, 청소용품에는 살균제가 들어 있다. 저자의 요지는 간명하다. 무균의 세상이란 없다. 너무 깔끔해도 탈이다.
실험과 역사적 사례를 풍부하게 들고 있지만 미생물이나 질병 관련 전문 용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친절하지 않은 편이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