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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이모취인(以貌取人)

입력 | 2012-07-30 03:00:00

以: 써 이 貌: 얼굴 모 取: 취할 취 人: 사람 인




외모로 사람을 평가한다는 말로 사마천이 공자의 탄식을 인용하여 장량(張良)이란 자를 두고 한 말이다. “용모로써 사람을 취한다면 나는 자우에게 실수했다(以貌取人, 失之子羽). 사기 ‘유후세가’” 장량의 능력이 그의 곱상한 외모에 의해 오히려 과소평가될 소지가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거론된 자우는 공자보다 39세 아래로 너무나 못생겨서 공자는 그가 가르침을 받으러 왔을 때 재능이 모자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르침을 받은 뒤 물러나 덕행을 닦는 일에 힘썼으며, 공적인 일이 아니면 경대부(卿大夫)들을 만나지 않았으며 그를 따르는 제자만 해도 300명이나 되었다는 것이다.

장량은 청빈하고 고결한 성품을 지녔으며 고조를 도와 군대의 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한 제국 창업의 일등공신이기에 제후의 반열에 오른 자이다. 예를 들어 유방이 고릉(固陵)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 장량의 계책으로 제나라 왕 한신이 오지 않았다면 결코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사마천은 그를 평하여 “한 고조가 곤궁한 경우가 자주 있었는데 유후(장량)는 늘 공력을 남겼으니, 어찌 하늘의 뜻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高祖離困者數矣, 而留侯常有功力焉, 豈可謂非天乎? ‘유후세가’” 이런 예는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다. 고조의 푸념처럼 “군막 속에서 계책을 짜내어 천리 바깥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일에 있어서는 내가 자방(子房·장량)만 못하다(夫運籌策유帳之中, 決勝於千里之外, 吾不如子房)”고 할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 아니던가. 그런데 사마천이 사료를 취재하느라 답사하는 과정에서 장량의 고향 벽에 걸린 화상(畵像)을 보게 되었는데, 예상외로 곱상한 외모였다는 것이다. 장량 정도의 전략가라면 관상학적으로도 심원한 내공이 스민 얼굴을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선입견이 잘못됐다는 것을 안 사마천은, 문득 공자의 말을 떠올리면서 외모로 인해 진면목을 못 보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