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風시련-집중표적 닮은꼴
유력 대선주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이 당 안팎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면서 동병상련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책 출간과 예능방송 출연으로 다시 ‘안풍(安風)’이 점화되면서 두 의원의 기세가 주춤하고 있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당내 경쟁자들을 압도했던 대세론이 안 원장의 등장으로 복병을 만난 것. 안 원장의 방송 출연 이후 박 의원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양자대결은 물론이고 부동의 1위를 지키던 다자구도에서조차 안 원장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의원 역시 ‘날개 없는 추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의 일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23일 14.5%였던 문 의원의 지지율은 안 원장의 방송 출연 다음 날인 24일 10.0%까지 떨어지더니 26일엔 심리적 마지노선인 10%대가 붕괴됐고 27일엔 7.4%로 떨어졌다.
당내에선 박, 문 의원 모두 경쟁자들의 집중공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후보들은 ‘박근혜 필패론’을 들고 나왔다. 불통의 리더십, 역사의식 부재, 친인척 문제 등 박 의원을 겨냥한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만사올통(모든 것은 올케로 통한다)’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며 강공을 퍼붓는다. 민주당에선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연일 ‘참여정부 실패론’ ‘문재인 필패론’으로 문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문 의원으로는 박 의원은커녕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서조차 이길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박, 문 의원은 경선이 아닌 본선까지 고려해야 하는 탓에 당내 경쟁후보들을 자극하는 발언은 자제하고 있다. 속앓이가 더 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도 비슷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9일 “5·16 발언에서 보듯 박 의원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친노 세력에 의지하는 문 의원은 ‘노무현 아바타’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두 의원 모두 전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