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워낙 뜨르르했다. 총감독이 된 장 감독은 역대 최고 액수인 1억 달러(약 1140억 원)를 들여 나침반 종이 화약 인쇄술 등 중국의 4대 발명품에 공자 사상까지 반만년 중국사의 빛나는 순간들을 펼쳐 보였다. 성화는 역대 최장거리인 14만 km를 거쳤고, 개막식 공연엔 1만5000명이 참여했는데 이 중 9000명이 인민해방군이었다. 정부의 주도로 엄청난 인력과 자본을 동원한 최대 스케일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조용필 다음에 노래하는 격이었다. 보일 감독은 “어차피 규모로는 베이징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어깨에 힘부터 뺐다. 예산은 482억 원으로 줄이고 쇼의 내용도 영국의 근현대사로 축소했다. 최대 규모와 빈틈없는 짜임새로 사람들을 압도했던 베이징 쇼와 달리 런던 쇼는 가볍고 소란스러웠다. 셰익스피어와 ‘해리포터’ ‘메리 포핀스’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비틀스의 명곡이 흥을 돋웠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본드걸’로 깜짝 출연하고, ‘미스터 빈’의 희극 배우 로언 앳킨슨이 오케스트라 연주석에 끼어들자 관중은 박수치며 웃어댔다.
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