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교수 제공
아카다마(赤玉) 포트와인의 광고(동아일보 1925년 4월 8일)를 보자. 포트와인이란 포르투갈에서 만든 레드 와인이다. 아카다마는 빨간 구슬이라는 뜻. 아예 ‘적옥(赤玉) 포트와인’을 헤드라인으로 썼다. “생명의 술이라고, 찬가(讚歌)를 밧는(받는) 방순(芳醇·향기롭고 맛이 좋음) 무비(無比·비교할 수 없음)한, 아카다마(赤玉)! 비(比)하면 존귀한 홍옥(紅玉)이오, 순연(純然·순수)한 처녀의 피”라며, 보디카피에서 온갖 미사여구를 다 동원했다. ‘순수한 처녀의 피’라는 설명은 몸에 좋은 약처럼 포장한 결정판이다.
라인 드로잉(line drawing)의 세련미가 톡톡 튄다. 여인은 와인 잔을 받쳐 들고 배달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데, 서글서글한 눈매가 독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는 것 같다. 카피와 비주얼이 어떻게 만나야 상업예술이라는 이름의 웨딩홀에서 행복한 결혼을 할 수 있는지, 그 달콤한 법칙을 이 광고는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포도주는 맛이 달아야 한다’는 집단적 기억을 지닌 데는 아카다마의 영향이 컸다는 기록도 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