爲: 할 위 政: 정사 정以: 써 이 德: 덕 덕
도덕과 예교로 정치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공자가 논어 ‘위정’ 편 첫머리에서 한 말이다. “정치를 덕으로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마치 북극성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다른 모든 별이 함께 그를 떠받들어 도는 것과 같다(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而衆星共之).” 이 말은 ‘위정’ 편의 핵심으로 바로 이 편의 세 번째 문장의 말과 긴밀하게 연계된다. 즉 “정령(政令)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은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덕으로 이끌고 예로써 다스리면 ‘백성들은’ 부끄러워할 줄도 알고 ‘잘못을’ 바로잡게 된다(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이 문장에서 ‘격(格)’은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것이며 일정한 법도와 규범을 두고 관리하여 선함에 이르게 한다는 의미로서 빠져나간다는 의미의 ‘면(免)’과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공자는 정령과 형벌이라는 인위적이고 강제화된 정치를 반대하였는데, 그 이유는 별 효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치(恥)’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근본적인 차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공자가 말하는 덕치는 인간에 대한 감화를 핵심으로 해야 하는 배려의 정치를 말한다. 물론 패권주의가 난무하는 춘추시대의 상황 속에서 이런 공자의 말은 설득력이 거의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관되게 학문을 추구하면서도 끊임없이 정치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덕이 있는 자의 정치와 능력이 출중한 자의 정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마침내 덕치를 내건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공자는 효제(孝悌·효도와 우애)를 정치에 적용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바 있다. 그가 정치를 하지 않으면서 내세운 이상적인 정치는 바로 가족애가 스며 있는 정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효제’의 실천이 정치적 덕목으로 확장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그러기에 그가 13년여 동안 북중국의 제후들에게 벼슬을 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늘그막에 고향에 돌아와 가르침에 전념하게 된 것이 아닐까.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