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장어(하모)의 특징 뱀장어목 갯장어과. 생존기간은 8년이면 4년 자란 성어는 해마다 태평양 깊은 바다로 가 산란. 국내 연안에서 잡히는 것은 평균길이 40~80cm. 갯장어는 겨울에는 제주도 남쪽바다에서, 여름에는 한반도 남해안에서 서식. 옛날부터 장어는 정력에 좋다며 보양식으로 평가. 장어류는 단백질의 한 종류인 뮤신이 풍부.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갯장어를 해만(海鰻)이라고 칭하며 ‘악창과 옴, 누창을 치료한다’고 적어.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갯장어의 이빨은 개(犬)처럼 고르지 못하다’고 전해. 육지의 보양탕으로 쓰이는 견(犬)과 같다는 것을 빗댄 것으로 추정.
갯장어(하모) 제철이 왔다. 단백질과 지방이 가득 차는 6월 말부터 8월까지가 첫손에 꼽힌다. 요즘 여수 일대 전문 음식점마다 엑스포 관람을 마친 미식가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유다.
○ 회로 먹고 샤부샤부로 즐기는 갯장어
어부들은 갯장어에 물리면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라고 말한다. ‘하모’가 ‘하무(물다·はむ)’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지는 대목. 거친 이빨 못지않게 가시도 억세다.
하지만 촘촘하게 칼집을 넣어 썰어 내 회로 즐긴다. 이렇게 잘게 썰면 억센 가시도 그리 불편하지 않게 씹을 수 있다. 잔가시 덕분에 다른 회에 비해 오래 씹어야 하고 그만큼 고소함을 오래 느낄 수 있다.
갯장어의 참맛은 역시 샤부샤부다. 여수시 경호동 대경도 일대가 갯장어 샤부샤부의 원조 격으로 꼽힌다. 이곳 음식점 주인들이 일본에서 직접 조리법을 배워 전파한 것으로 전해 온다. 대경도의 박순영 경도회관 사장은 “1994년 대경도 음식점 3곳에서 갯장어 샤부샤부를 처음 선보였다”며 “여수가 갯장어 요리의 원조”라고 자랑했다.
발라 낸 갯장어 뼈를 넣고 무 양파와 함께 고아 만든 육수에 갯장어 살을 살짝 데쳐 양념장에 양파와 함께 싸 먹으면 회로 먹을 때보다 고소함이 한결 강하다. 양파는 느끼함을 잡아 준다. 다른 장어 종류는 불에 익히면 살 부위가 푸석해지지만 갯장어는 회로든, 샤부샤부든 육질의 쫄깃함이 강점이다. 이 일대 음식점에서는 kg당 2만 원 선에 판매하고 있다. 어른 4명이면 3∼4kg은 먹는다. 샤부샤부를 즐긴 후에는 남은 육수로 죽을 만들어 준다.
허준의 동의보감이나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갯장어가 등장한다. 강연실 전남대 해양기술학부 교수는 “조선시대에도 갯장어를 된장에 발라 구워 먹거나 말려 먹는 등 보양식으로 즐겼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엔 어획된 갯장어 대부분을 일본으로 가져갔을 정도로 일본인들이 탐냈다. 국교 정상화 직후부터 다시 갯장어가 일본으로 상당량 수출돼 여수에서도 맛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국산 제철 갯장어는 고소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맛 덕분에 일본산의 2배 가격이다. 김영철 여수 백경수산 대표(39)는 “일본 간사이 지방에서는 한국산 갯장어가 혀끝에서 기름진 맛이 느껴진다며 최고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오택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은 “지난해부터 전라도 이외에 부산 등에서도 갯장어 샤부샤부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하지만 어획량이 적어 수도권에서 판매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