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노경은. 스포츠동아DB
실밥 안잡고 던지는 패스트볼 151km 팡팡
“하늘에 맡길 뿐”…마음 비우기도 호투 비결
두산 노경은(28)이 데뷔 9년 만에 빛을 보고 있다. 올 시즌 갑자기 선발진에 수혈됐음에도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28일 잠실 롯데전에선 시즌 6승째(4패)를 거두며 후반기를 상큼하게 출발했다. 사실 부담이 컸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14일 문학 SK전 4.1이닝 7실점)에서 선발 전환 후 최악의 피칭을 했고, 이후 2주 만의 등판이었다. 다행히 그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무심(no-seam)’과 ‘무심(無心)’이다.
노경은은 포크볼과 슬라이더도 갖고 있지만, 빠른 직구를 던지는 투수다. 올해는 포심패스트볼(포심) 못지않은 투심패스트볼(투심)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28일 롯데전에서도 총 94개의 공 중 투심을 30개나 던졌다. 투심은 포심에 비해 구속은 4∼8km 덜 나오지만 공에 움직임이 있어 범타 유도가 용이한 구종이다. 그러나 노경은의 투심은 구속이 최고 151km까지 나온다. 빠른 데다 움직임까지 있으니 타자들이 꼼짝없이 당하고 있다.
또 다른 무심(無心)도 있다. ‘마음 비우기’다. 노경은은 전반기를 마친 뒤 “다음 등판이 중요하다”고 긴장의 끈을 조였다. 그러나 역으로 너무 부담을 갖거나 혹 욕심을 부리면, 할 수 있는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오랜 무명생활을 통해 잘 터득하고 있다. 그는 “마운드에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생각한다. 공이 손을 떠나면 하늘에 맡길 뿐”이라며 웃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