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 아동 ‘음악교실’
18일 서울 서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유아반 아이들이 에스더 권 음악교실에서 바이올린 활을 들고 자세를 배우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굿모닝 투 유∼ 웃는 얼굴로∼.”
하얀 발판을 무대삼아 둘러 선 일곱 아이들. 바이올린 선생님을 따라 두 팔을 흔들며 노래하고, 미소를 머금은 엄마들도 동작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다. 생업에 바쁜 딸을 대신해 손녀 가영(5)이와 함께 나온 중국인 외할머니는 어색한 몸짓을 감추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미국에서 바이올린 교사로 활동하는 에스더 권 씨(56·여)가 18일까지 한 달간 다문화 엄마들과 아이들을 위한 신나는 음악교실을 열었다.
권 씨는 “어깨에 바이올린 활을 대고 위 아래로 켜면 거미소리가 난다”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바이올린 잡는 자세를 가르치는 것으로 그는 게임 율동 노래 등을 통해 악기와 친해지게 한다. ‘굿 모닝’ 노래로 시작한 수업은 ‘사요나라∼(안녕)’로 끝났다. 일본 엄마를 둔 시온(7)이 멋쩍어하는 것을 본 권 씨가 “시온의 표정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합주시간인 매주 수요일 펼쳐진 30분 남짓의 공연도 악기 배움터의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동안 음악교실 선생님들의 현악연주를 필두로 거문고4중주, 현악4중주, 목관5중주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 日뮤지션 익살연기에 캄보디아 주부 환호… 이주민 배우-다문화가족 만남 ▼
배우들은 몽골 필리핀 일본 북한에서 왔다. 배우자의 나라에 온 관객의 국적도 제각각이다. 20일 전북 군산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임춘희)의 이주민배우와 다문화가족 간의 만남. 동아일보사 사회공헌프로그램의 일환인 나눔무대다.
한 초등학교 음악반. 네팔에서 온 비제, 필리핀계 엄마를 둔 마리나, 비제를 못마땅해 하는 영숙을 중심으로 음악대회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갈등과 우정을 다룬 음악극 ‘마리나와 비제’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네팔인 역을 맡은 김충성 씨(36)는 올 2월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북송반대집회를 이끈 탈북예술가다. 북한에서 성악을 전공한 김 씨는 할아버지가 6·25전쟁 때 국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북한 내에서 예술가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접었다.
연극이 끝나자 한 여자아이가 쪼르르 무대로 달려가 “엄마 잘했어요”라며 가떼린 에스마리잔 씨(33·필리핀)의 품에 안겼다. ‘아이1’ 역할의 엄마지만 일곱 살 딸아이에겐 누구보다 훌륭한 주인공이다. 모녀의 모습은 감동으로 관객과 호흡하는 나눔무대만의 풍경이다.
군산=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바로 잡습니다>
◇본보는 7월 31일자 16면 ‘日 뮤지션 익살연기에 캄보디아 주부 환호’ 기사에서 본사 사회공헌프로그램의 일환으로 7월 20일 군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마리나와 비제’가 공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마리나와 비제’ 공연 주최인 다문화극단 샐러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복권나눔기금 다문화 시설순회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