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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에세이/김휴림]떠나자! 소통과 치유로서의 여행을…

입력 | 2012-08-01 03:00:00


평창 선자령 강원 평창의 선자령은 백두대간 주능선에 살짝 솟아 있다. 강릉 앞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고, 겨울에는 눈꽃, 봄∼가을에는 야생화가 매력적이다.

우리나라 여행 문화, 특히 여름휴가 문화는 안타깝게도 그리 성숙되진 못했다. 그저 편하고 즐거우면 된다는 식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편하고 즐겁게 해 주는 게 나쁘지 않지만 그 편안함과 즐거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특히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에게 여행을 통해 줄 수 있는 것이 편안함과 즐거움뿐이라면, 뭔가 잘못된 듯한 느낌이 든다. 좀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알찬 여행은 어떤 여행일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의외로 여행의 의미를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알찬 여행의 시작은 여행의 의미를 찾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진정한 여행이란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서 세상과 자신을 재인식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친숙하지 않은 낯선 환경이 바로 여행지이며, 이런 낯선 환경에는 새로운 것들로 가득하다. 풍경, 문화, 자연, 역사, 음식, 현지인 등 모든 낯선 대상과 마주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그리고 그 환경에서 낯선 대상과 소통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 바로 알찬 여행이다.

여행의 대상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계심을 풀고, 여행지에서 만나는 대상들에 몸과 마음을 맡겨야 한다. 여행의 주체는 분명 나 자신이지만, 여행자는 단지 손님일 뿐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산의 주인은 나무와 산짐승들이고, 강과 바다의 주인은 물고기와 수생식물들이다. 그리고 현지의 주인은 현지인인 것이다. 여행자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그 주인들을 믿고 주인들의 규칙을 따르는 것이다.

여행에서의 소통은 여행자의 이런 열린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런 다음 여행지에서 만나는 대상들을 따듯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된다. 그러면 이름 모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 줄지 모른다. 아니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소중한 것들이 마음 한구석에서 되살아날 수도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여행을 통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여행의 대상과 소통을 시작하면 일상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을 수 있다.

현대 도시인들은 늘 남을 경계하고 남과 경쟁하며 산다. 꿈속에서조차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살아간다. 이 비정상적인 압박을 털어내고 팽팽하게 조여진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인에게 필요한 정신적인 치유이며, 여행은 이 치유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는 행위이다.

경계심을 풀고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대상과 작은 소통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통한 치유는 시작된다. 짙은 녹음 속에서 느끼는 상쾌함, 드넓은 바닷가에서 느끼는 시원함, 순박한 시골 노인에게서 느끼는 푸근함 등을 열린 마음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다면 이미 치유는 진행 중인 것이다. 올여름 휴가는 편함과 즐거움보다는 소통과 치유에 방점을 두는 여행을 떠나 보시기 바란다. 본인의 삶에도 큰 활력이 되겠지만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방학 선물이 될 것이다.

영주 무섬마을 경북 영주의 무섬마을은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마을을 휘감아 도는 독특한 지형을 자랑한다. 한옥과 초가집을 볼 수 있고, 이 지역의 전통 가옥인 까치구멍집도 남아 있다.

소통과 치유로서의 여행과 함께 ‘공정 여행’이란 말을 강조하고 싶다. 여행이 단순히 개인적인 행위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을 생각해야 하는 사회적인 행위라는 의미다. 우선 가능하면 소비를 할 때 현지인들에게 소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 물건을 사도 현지에서 생산된 물건을 사고 콘도나 호텔보다는 민박을 했으면 좋겠다. 시골집 방을 빌리면 불편하긴 해도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할머니를 따라 감자밭에 나가 감자도 캐고 시골집 마당에서 감자를 쪄서 먹는다면 색다른 경험이 된다.

또 현지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따르자. 이 세상의 어떤 문화도 하찮거나 저급한 문화는 없다. 마음을 열고 지방의 문화에 다가가면 아마 예상치 못했던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회별신굿 놀이판에 섞여 보면, 우리 문화의 흥을 절로 느낄 수 있다.

세상에는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의 논리와 돈을 존중하는 자본의 논리가 공존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자본의 논리를 따라야 하지만 늘 경계하고 경쟁하며 치열하게 살아도 얻는 것이라곤 고작 한 줌의 안도감뿐이다. 여행에서만이라도 ‘사람의 논리’를 따르자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 바로 공정여행이라 할 수 있다. 현지 주민과 현지의 문화 그리고 자연을 배려하는 여행이야말로 자신을 배려하는 여행이며 또 많은 것을 얻어 올 수 있는 알찬 여행이다.
○ 필자 추천 여행사이트

농촌전통테마마을(www.go2vil.org/go2vil_2011/index.php)

농촌진흥청에서 선정해 후원하고 있는 마을로, 숙박, 먹거리, 놀거리, 체험거리들을 마을별로 특색 있게 발굴해 놓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각 테마마을의 특징과 위치 등을 확인해 미리 예약한 후 아이들과 휴가를 즐기기에 좋다.

정보화마을(tour.invil.com)

농어촌과 산촌에 전자상거래 등의 콘텐츠를 구축함으로써 시골의 정보화와 유통혁신을 위해 조성되기 시작한 마을이다. 여러 체험 프로그램까지 개발해 정보화마을을 찾아보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바다여행(www.seantour.com)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원으로 한국어촌어항협회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로 전국의 어촌체험마을과 바다 명소, 테마별 바다 여행 등을 소개하고 있어 바닷가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김휴림은 ::

강원도에서 군인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돌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지만 공학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좋아하던 여행을 업으로 삼고 현재는 여행 일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아 본격적으로 우리 땅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일을 10년 넘게 하고 있다. 앞으로 여행 자체를 탐구해 여행의 분류와 계통을 찾아 여행을 체계화하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현재 ‘김휴림의 여행편지’(www.hyulimbook.co.kr)라는 여행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김휴림 여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