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금연거리 서울 성북구 ‘하나로거리’ 가보니
금연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고등학생들. “왜 여기서 담배를 피워요”라고 묻자 “에이시, 아저씨가 뭔데요”라고 말했다. 이형관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학과 4학년
혼자 서 있는 B 양(17) 역시 마찬가지. 그는 “친구들 모두 피워요”라고 말했다. 금연홍보 표지판을 가리키자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광고판인 줄 알았어요. 교복 입고도 피운 적 있어요.”
취재진이 7월 30, 31일 서울 성북구 ‘하나로거리’를 찾았을 때 청소년들은 거리낌이 없었다. 흡연이 금지된 거리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낮이나 밤이나….
그러나 지금은 금연구역이 아니라 흡연 천국이었다. 중고교생들은 아침과 저녁을 가리지 않고 담배를 꺼냈다. 고교 1학년 C 양은 “담배를 피워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금연 거리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성북구청이 전봇대나 가로등에 붙인 금연 홍보문은 잘 보이지 않았다. ‘STOP Smoking, 건강도시 성북’ ‘담배 피우면 안 돼요’라는 표지를 다른 광고지가 가렸다.
‘청정원 지킴이’가 계도활동을 하고, 꽁초를 버리면 단속한다고 구청 관계자가 설명했지만 현장에선 찾기 힘들었다. 기자가 물어보니 지킴이는 대부분 65세 이상 노인으로 2명이 일주일에 세 번, 오후 1∼4시에 거리를 돈다고 했다. 지킴이에게 편한 시간이지만 8월은 혹서기라 쉬기로 했다고 했다.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전모 씨(26)는 “저녁만 되면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워 숨쉬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기자가 구청에 다시 물었다. 금연거리에서 청소년이 담배를 많이 피운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관계자는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했다. “예. 특히 영화관 근처에서 많이 피우죠?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청소년이 담배 피운다고 제재할 수 있는 법이 없으니까요.”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형관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