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최근 이탈리아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모나리자’의 실제 모델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굴됐다. 유골을 바탕으로 얼굴을 복원하면 ‘모나리자’ 그림과 비교도 가능하다고 한다. 유골로 실제 얼굴을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까. (ID:carla***) 》
이성준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4만∼5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서 퍼져 나가 후기 구석기 문화를 탄생시켰던 현생 인류 호모사피엔스 이래로 현재까지 인간은 동일한 생물학적 특징을 갖고 있다. 물론 지역과 환경에 따라 신체적 특징은 다양하지만, 현재 우리의 모습이 과거 사람들의 신체를 복원하는 데 유용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사람의 뼈에는 나이, 근육량, 질병, 체형 등을 과학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매우 다양한 개인적 단서가 남아 있다. 치아의 마모도, 넓적다리뼈의 길이, 근육이 붙었던 부분의 형태 등이 그것이다.
사람 뼈가 출토되면 성별, 나이, 키 등 죽은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는 해부학적 연구, 질병을 파악하는 병리학적 연구, 식생활을 복원하는 유전학적 연구 등이 진행된다. 특히 식생활연구의 경우 뼈 속에 남아 있는 콜라겐의 안정동위원소를 분석해 일상생활에서 섭취했던 동식물의 종류와 섭취량을 알 수 있어 최근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죽은 사람이 땅속에 묻히게 된 사회적 배경과 문화적 특징을 밝히는 고고학적 연구는 역사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인문사회학적 영역을 담당한다.
얼굴 복원은 어찌 보면 현대인을 토대로 한 ‘가상의 복원’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과 기술이 융합해 이뤄내는 이 작업은 마치 말 없는 뼈의 증언을 토대로 죽은 사람의 몽타주를 작성하는 것과 같다. 여기에 고고학적으로 밝혀진 죽음의 문화적 특성, 예를 들어 강제로 땅속에 묻혔거나 평화롭게 안장됐던 ‘죽음의 상황’을 조형학적 생동감으로 재구성하면 뼈가 말해주는 ‘삶과 죽음의 진실’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된다.
이성준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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