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세 北청년, 男 62kg급 역도 세계新으로 금메달
눈길 끈 팔색조 세리머니 31일 영국 런던의 엑셀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역도 62kg에서 우승하며 북한에 세 번째 금메달을 안긴 김은국이 ‘팔색조 세리머니’로 지구촌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거수경례로 인사를 하며 군인임을 자랑하기도 했다. 런던=AP 연합뉴스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헤어스타일은 일명 ‘깍두기’다. 소속은 밝히지 않았지만 군인이란다. 인사도 거수 경례다. 처음 나선 올림픽 무대인데도 긴장은커녕 여유가 넘친다. 관중석을 두루 살피며 언뜻 미소까지 띤다.
31일 런던 올림픽 남자 역도 62kg급 경기가 열린 엑셀 역도경기장에서 그는 단연 최고 스타였다. 실력이면 실력, 쇼맨십이면 쇼맨십, 모든 걸 갖췄다. 6000여 명의 만원 관중은 유쾌, 상쾌, 발랄한 이 북한 청년에게 매료됐다. 그는 이날 합계 327kg을 들어올리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북한에 3번째 금메달을 안긴 김은국(24)이다.
150kg에 도전한 2차 시기. 또 다시 번쩍 들었다. 그는 다시 관중석을 향해 주먹을 지른다. 그런데 이번엔 두 손을 사용한 ‘2단 주먹지르기’다. 관중들의 함성은 더욱 커진다.
3차 시기는 세계 기록 타이이자 올림픽 기록인 153kg 도전이다. 관중석은 이미 열광의 도가니다. 또 어떤 세리머니를 보여줄지 잔뜩 기대한다. 역시 번∼쩍이다. 이번엔 두 팔을 벌린 뒤 방방 뛰며 좋아한다.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낸다.
김은국이 조용했던 건 용상 2차 시기에서 174kg에 실패했을 때다. 하지만 그때조차도 그는 관중석을 향해 팔을 흔들었고 관중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174kg에 재도전한 용상 3차. 여기서 성공하면 금메달이 유력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신기록까지 세운다. 기합소리와 함께 플랫폼에 들어선 김은국이 용을 쓰니 174kg의 쇳덩이가 공중에 붕 뜬다. 성공이다. 합계 327kg으로 쉬쥐용(중국)이 2008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326kg을 갈아 치웠다. 2위권과는 10kg 이상 차이가 난다. 이번엔 두 팔과 두 다리를 쫙 벌리더니 공중으로 뛰어오른다. 관중들도 같이 발로 바닥을 굴러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경기장 전체가 흔들린다.
눈길 끈 팔색조 세리머니 31일 영국 런던의 엑셀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역도 62kg에서 우승하며 북한에 세 번째 금메달을 안긴 김은국이 ‘팔색조 세리머니’로 지구촌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거수경례로 인사를 하며 군인임을 자랑하기도 했다. 런던=AP 연합뉴스
북한 역도의 괴력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루 전 남자 역도 56kg급의 엄윤철(21)은 293kg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29일 여자 48kg급의 양춘화(21)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벌써 역도에서만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경량급 역도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그런데 이번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8명의 선수 가운데 엄윤철을 포함해 5명은 1990년 이후에 태어난 20대 초반이다.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있던 선수들이기에 세계 역도계에 던지는 충격은 더욱 컸다. 세대교체에 성공한 북한 역도는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런던=이헌재 기자 uni@donga.com